김지은 "안희정은 왕자병… 한 번도 이성감정 안 느꼈다"
김지은 "안희정은 왕자병… 한 번도 이성감정 안 느꼈다"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7.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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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지위 이용해 약자 성착취하고 영혼 파괴"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7일 1심 결심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7일 1심 결심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행비서는 지사 업무에 불편함이 없게 하는 역할이다. 나는 한 번도 이성적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전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형구)의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개 진술을 했다.

온몸을 덜덜 떨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김씨는 "이 사건 본질은 피고인이 내 의사를 무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성폭행한 것"이라며 "피고인은 마지막 범행 당일까지 '너 미투 할거니'라며 압박을 가했고, 그날도 저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고소장을 낸 뒤 통조림 속 음식처럼 죽어 있는 기분이었다. 악몽 같은 시간을 떠올려야 했고, 기억을 유지해야 했다"면서 "나 혼자 입 닫으면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나 하나만 사라진다면 되지 않을까, '미투'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책도 후회도 원망도 했다. 밤에 한강 가서 뛰어내리려고도 했다"면서 "피고인은 신문 내내 의도적으로 기침소리를 냈고, 그 때마다 저는 움츠러들었다. 벌벌 떨면서 재판정에 있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피고인의 변호인 5명은 마치 5명의 안희정처럼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려 했다"면서 "내 개인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차고 어깨를 떠는 변호사를 봤다. 정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죽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또 김씨는 "'마누라 비서'라는 처음 듣는 별명으로 몰아갔다. 나는 한 번도 이성적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며 "수행비서는 지사 업무에 불편함이 없게 하는 역할이다. 나를 성실하다고 칭찬하던 동료들이 그걸 애정인 양 몰아갔다"고 전했다.

그는 "도망치면 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위력이 있는 관계에서 그럴 수 있겠나"라며 "내가 유일한 증거인데 내가 사라지면 피고인이 더 날뛰겠구나 생각했다"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길이라 생각해 생존하려 부단히 애썼다"면서 "피해자는 나만이 아니라 여럿 있다. 참고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제일 앞줄의 한 사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피고인은 지지자들 만나는 것도 피곤해했고 차에서 내리기 전에는 인상을 썼다. 괴물 같아 보였다"며 "안 전 지사는 지위를 이용해 약한 사람의 성을 착취하고 영혼까지 파괴했다.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등의 말을 했다. 그건 왕자병이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씨는 안 전 지사에게 "피고인에게 꼭 말하고 싶다. 당신이 한 행동은 범죄다. 잘못된 것이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재판부를 향해서는 "이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피고인과 다른 권력자들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나는 이제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만이 나의 희망이다"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변호인도 "안 전 지사는 담배나 술로 김씨를 유인해 간음했다. 거절의사를 표현해도 묵살당한 '권력형 성범죄'"라며 "재판부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30분에 걸쳐 김씨의 공개진술이 진행되는 동안, 안 전 지사는 피고인석 의자를 돌려 등진 채 바라보지 않았다.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재판을 열고 결심공판을 이어간다.

이 때 안 전 지사와 그의 변호인단은 합의 아래 성관계가 이뤄졌으며 위력은 존재하지도, 행사되지도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아일보] 이서준 기자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