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공공주택] 바탕건축 "벽을 허물면 집과 사람이 보인다"
[당당한 공공주택] 바탕건축 "벽을 허물면 집과 사람이 보인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7.2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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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계층·지역사회·가족간 경계 지우기
'주거문화 혁신'을 위한 디자인 개선 추구
바탕건축이 2015년 설계한 평택고덕지구 Ca-1·Ca-2블록 조감도.(자료=바탕건축)
바탕건축이 2015년 설계한 평택고덕지구 Ca-1·Ca-2블록 조감도.(자료=바탕건축)

정부가 '살고 싶은 공공주택' 만들기를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획일화·고착화된 공공주택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 낼 '디자인 혁신'이 있다. 이 같은 변화를 현장에서 책임질 건축사사무소들의 혁신사례와 전략을 통해 공공주택의 미래 모습을 예상해 본다.<편집자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그 속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 급속한 산업화에서 비롯된 생활방식과 인식의 변화는 마을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가족을 나눠놨다. 그에 따라 집의 형태 또한 이웃간에 선을 긋고 개인 공간을 지키는 방향으로 바뀌어왔다.

정부와 건축가들은 이처럼 한 없이 움츠러들고 있는 주거문화를 어떻게 하면 담장 밖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주거문화의 개방은 더불어 사는 건강한 사회로 가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기 때문이다.

◇ "같이 가보자"

㈜바탕건축사사무소는 공공주택 디자인 혁신의 초점을 개방과 소통의 주거문화에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공공주택 안팎을 구분 짓는 수 많은 경계를 지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단지 내에 조성되는 공용공간인 공원이나 도서관, 체육시설 등을 지역 주민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마을공유시설화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공공주택이 가지는 '공공성'의 영역을 입주자들에게만 국한시키지 않고, 지역 전체로 확산한다는 의미다.

바탕건축은 경계를 지우는 작업이 입주민과 지역주민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공공주택의 유형과 소득수준, 세대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고 믿는다.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구분하지 않고, 인구·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장수명 △쉐어형 △세대분리형 △수직수평형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입주자들이 한 데 어우러져 살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공공주택에서만이라도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과 경계를 허물야 한다는 것이다.

바탕건축은 주거 개선을 통해 급속도로 멀어지고 있는 세대간의 간격을 좁힐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한 집에 살면서도 독립적 생활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주택을 설계하면, 두 세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같은 변화를 건축설계사무소들의 아이디어만으로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 관련 법을 만드는 국회와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

박찬흥 바탕건축 대표는 "사회구조의 급변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주거문화의 획기적인 변화"라며 "건축사들이 자유롭게 설계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장을 만듦으로써 기념비적인 단지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탕건축이 제시하는 세대내 소통을 위한 공간설계의 예.(자료=바탕건축)
바탕건축이 제시하는 세대내 소통을 위한 공간설계의 예.(자료=바탕건축)

◇ 틀을 깨고 관계를 잇다

개방과 소통에 초점을 둔 바탕건축의 아이디어는 입주민들이 살고 싶은 공공주택을 여럿 탄생시켰다.

바탕건축은 지난 2015년 평택고덕지구 Ca-1·Ca-2블록을 세대와 계층, 시설을 통합하는 지역공동체 단지로 설계했다.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획기적 디자인으로 지역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직육면체 모양의 일반적 공공임대아파트 형태를 버리고 리조트를 연상케 하는 원통형 공간을 구현했다. 단지 내 보행로도 직선이 아닌 곡선화를 통해 생동감을 부여했다.

단지 중앙의 어린이공원 및 보행가로축에는 열린마당과 공공시설을 집중 배치해 단지 내·외부를 아우르는 지역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옥상녹화와 태양광 발전,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입주자들의 주거비용 부담도 줄였다.

지난해 설계한 울산다운2지구 A-2블록은 지역 사회와의 융합을 위해 열린 주거단지로 설계했다. 도시가로와 어우러지는 참여형 커뮤니티시설과 보행자 위주의 소통형 주거단지를 계획했다.

생활가로변을 따라 주동을 교차 배치함으로써 단지 내·외부의 개방감을 확보했고, 근린생활시설과 사회복지관, 작은도서관을 도로변에 배치해 지역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단지 전체를 하나의 공원으로 느껴지도록 디자인하고, 주말장터나 공연이 가능한 공간을 계획해 입주민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밖에도 입주민간 소통 강화를 위해 단지 중앙으로 커뮤니티마당을 설계했으며, 주거동 1층 진입부에 휴식 및 교류를 위한 공간을 계획했다.

울산다운2지구 A-2블록 조감도.(자료=바탕건축)
울산다운2지구 A-2블록 커뮤니티시설 조감도.(자료=바탕건축)

바탕건축은 공공주택이 지금까지 서민들에게 삶의 터전과 공간을 제공했으나, 주거단지 및 주택의 질적 저하로 사회적 기피현상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어느 때보다 절실한 공공주택 설계혁신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탕건축은 지난 2014년 설립 이래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 민간건설업체에서 시행하는 다수의 공동주택 설계에 참여했다. △사람중심설계 △친환경중심설계 △창의적 디자인 혁신을 디자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