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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네북 신세 전락한 ‘신용카드사’
[기자수첩] 동네북 신세 전락한 ‘신용카드사’
  • 우승민 기자
  • 승인 2018.07.25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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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요즘 카드사들을 보면 생각나는 사자성어다. 정부가 가맹점수수료를 비롯해 카드론(신용대출), 현금서비스 등 대출금리 인하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카드사에 압력을 가하고 있어서다. 설상가상. 정부가 올 하반기 간편결제시스템인 제로페이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면서 카드사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동네북’이 될 정도로 카드사의 신세가 처량해졌다.

실제 카드사들은 올 4분기부터 중금리 대출 상품을 ‘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이달 초부터 신용대출 금리를 연 20%대에서 연 10%대 후반으로 속속 인하했다.

이와 함께 제로페이는 수수료 인하 압박 카드로 쓰이고 있다. 제로페이는 별도의 결제 단말기가 필요 없는 앱투앱 결제 시스템이다. 중간거래를 거치지 않아 수수료는 0%대 초반으로 낮출 수 있다.

그렇다면 카드사를 옥죄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정책일까. 시계를 잠시 거꾸로 돌려보자. 신용카드는 외환위기 이후 내수가 침체될 때 우리경제를 살리는 데 긴요하게 쓰인 품목이다. 카드대란이라는 악재를 만들기는 했지만 당시 골목상권을 살리는데 기여했고 나아가 우리 경제를 활성화에 윤활유 역할도 톡톡히 했다. 정부가 그간 신용카드 정책을 강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소상공인들을 옥죄는 나쁜 시장으로 몰아세운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카드 수수료 인하 카드는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시장논리를 무시한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면서 신용카드사들의 이미지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만약 카드사에 문제가 있다면 관련 제도를 활성화하고 시장의 문턱을 낮춘 정부에 먼저 책임이 있지 않을까.

이번 제로페이 정책 역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느낌이 들어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정부가 주안점을 둔 곳은 영세 자영업자다. 이들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낮춰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사실 영세자영업자들이 카드 수수료로 내는 금액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영세 가맹점주가 내고 있는 카드 수수료는 실질적으로 1%대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부가세 신고를 하면 정부로부터 카드 매출의 1.3%(음식‧숙박업은 2.6%)를 현금을 다시 되돌려 받아요. 제로페이가 나온다고 해도 현재의 카드 수수료와 별반 차이나지 않습니다.”(A카드사 관계자)

가격(수수료)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돼야 한다. 만약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춘다면 혈세가 투입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smwoo@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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