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 팀장, 문재인 정부 금융개혁 현주소 진단 
[직격인터뷰]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 팀장, 문재인 정부 금융개혁 현주소 진단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7.2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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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금융개혁 위해 ‘감독과 정책 분리’ 최우선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팀장)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팀장)

신아일보는 지난 20일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의 현주소를 진단하기 위해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 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권 팀장은 감독과 정책이 분리되지 않은 정부의 조직구성에서 금융 감독의 독립성이 확보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금융 감독이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성공적인 금융개혁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 정부가 과거의 금융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개혁적인 행보를 시도하는 점은 의미가 있고 아직 개혁동력이 남아있는 만큼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Q.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한 평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과제를 보면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금융산업 구조선진화, 국민연금 투명성 강화, 금산분리 강화 등의 내용이 있다. 이 중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국민연금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한 것은 성과로 평가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부문은 효과가 미약하다.  
특히 금산복합구조가 내재하고 있는 경제적 리스크를 정부가 인식하고 금융개혁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개혁의 실효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적폐를 지적하고 이를 수정·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점은 평가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키코사태 재검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판단과정에서의 금감원의 행보는 금융개혁의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금융정책과 감독, 소비자보호기능 분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큰 틀에서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감독 체계개편을 한 후 각각의 정책을 수행해야 하지만 이 부분이 이뤄지지 않으니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의 개혁정책에 계속해서 간섭을 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결국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양상을 초래하고 있다. 

Q. 정부의 금융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을 꼽자면? 
 
오래전부터 경실련은 금융 감독과 정책분리를 주장해왔다. 금감원의 감독정책을 금융위가 컨트롤하고 있고 금융위는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이다 보니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 그렇다 보니 금융 감독업무가 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모피아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이런 기형적인 구조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를 묵인하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금융감독 업무가 정부에 예속돼 있는 한 이는 금융개혁의 걸림돌로 계속 작용할 것이다. 그 밖에 금융개혁 관련 법안이 쉽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점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악순환 반복 등이 금융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Q. 금융개혁을 위해 정부가 개선해야 할 점은?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우선 금융정책과 감독, 소비자보호 기능을 독립적으로 분리시키면서 각각의 역할을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금융시장에서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또 금융적폐의 대표적인 사례인 키코사태, 삼성증권 공매도 사건에서 드러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와 모피아 문제 등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Q. 서민금융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이 가장 중요시해야 할 점은? 

금융소비자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시장에서 시민들에게 불리한 제도를 바로잡는 것이다. 즉 불공정한 금융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행하는 것, 상시적인 금융감독체계를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것이다.  

Q. 최근 금감원과 금융위의 알력다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키코사태 재조사를 비롯한 금융감독원의 혁신과제와 은산분리 정책, 감독정책 강화 등에 대해 금융위가 사사건건 간섭을 하며 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금융위의 이같은 행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다. 금융위가 금융개혁보다는 금융기관과 재벌들을 비호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측면이 많다. 금융위가 금감원과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시장에서 빚어지는 혼란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금융위가 금감원의 개혁정책에 대해 협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금감원과 금융위 등 감독당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무역전쟁 등으로 인해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향후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시기에 한국경제가 비상할 수 있도록, 재벌중심의 경제구조 개혁과 금융적폐 청산을 하고 금융시장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Q. 정부의 금융개혁 시행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금융당국과 시민단체 간에 유기적인 소통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 정부에서도 시민단체의 의견이 단순한 요식절차의 일환으로 형식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경실련은 오래전부터 소비자보호 기능을 민간으로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는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 최근에는 시민단체가 정부의 금융개혁에 대해 미흡한 점을 지적하면 보수진영 뿐만 아니라 진보진영에서도 정부의 발목잡기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또 정부가 금융개혁을 조급하게 서두르고 있는 점도 아쉽다. 현 정부가 대내외적인 여건 악화로 인해 경제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급하게 금융개혁을 통해 가시적인 효과를 내려고 하는 것 같다.  

Q. 성공적인 금융개혁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아울러 성공적인 금융개혁을 위해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금융은 경제의 혈관이다. 자본이 필요한 경제 주체들에게 공평하게 수혈해 경제발전에 이바지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으로 인해 국가경제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금융은 재벌과 대기업에는 관대하고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동했다. 금융당국이 제대로 개입을 해서 이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재벌과 대기업, 금융기관에 대한 감시, 감독은 안일하게 이뤄졌다. 그 결과 금융위기와 재벌의 경제력 집중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시민단체는 금융당국이 본연의 감독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와 시장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이에 대한 의견 제출을 해야 하고 약자인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한다. 나아가 정부가 금융 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를 사회에 전달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한다.  

 

* 경실련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989년 7월 8일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민주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이바지할 목적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평화적인 시민운동단체다.
약칭은 경실련(CCEJ:Ctizens’ Coalition for Economic and Justice)이다. 창립 당시 주요 사업은 부동산투기 근절과 금융실명제 실시, 정경유착 척결과 세제개혁 운동, 한국은행 독립 등을 통하여 경제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운동 등이 있다.
경실련은 초창기부터 부동산투기와 지하경제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토지공개념을 위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시민운동을 전개해왔다. 특히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시민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입법화와 제도화를 촉구하며 시장의 감시자로 자리매김했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