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서 지뢰밟아 사망… 法 "국가가 유족에 배상금 지급"
공사장서 지뢰밟아 사망… 法 "국가가 유족에 배상금 지급"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7.24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도로 공사하는 과정에서 지뢰 제거를 소홀히 해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김지철 부장판사)는 지뢰 매설지역 공사 노동자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3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5년 강원 철원군은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에 인접한 구간의 도로 개선 사업을 발주했다.

이 지역의 군부대도 철원군의 요청으로 2016년 4월부터 그해 11월 초까지 공사 지역 내 미확인지뢰 지대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실시했다.

작업이 끝났다고 믿은 군과 시공사가 하도급 업체에 땅파기 공사를 시켰지만, 그해 11월 말 퍼낸 흙을 버리는 사토장에선 대인지뢰 등 3점이 추가로 발견됐다.

하도급 업체에 고용된 A씨는 사토장에서 지뢰가 나온 날 오후 덤프트럭으로 사토장 주변을 지나다 대전차지뢰를 밟았고 지뢰가 터지면서 현장에서 숨졌다.

국가는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지뢰 탐지기 성능 등을 고려할 때 지면에서 50㎝ 깊이에 있는 지뢰만 탐지할 수 있다"며 "A씨가 밟은 지뢰는 지면에서 7∼8m에서 채굴한 흙 속에 있었던 것이므로 국가에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고는 지뢰 위험지대에 묻혀 있던 지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 반출돼 발생한 것"이라며 "지뢰제거 작업은 군부대가 전담할 수밖에 없는 전문적이고 고유한 업무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군부대는 사고 전날과 당일 오전 지뢰가 발견돼 수거해 갔는데도 추가 제거 작업을 하지 않았다"며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사고가 난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가 밟은 지뢰가 국가의 주장처럼 지면에서 50㎝를 넘는 깊이에서 채굴된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면서도 "A씨 역시 사토장에 추가 지뢰가 있을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국가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