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개각에서 야권인사를 내각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2기의 성패를 가를 민생·경제 챙기기와 사회개혁 작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선 여야 구분 없는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임명이 시급한 농식품부 장관 인선을 이번 주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후 개각에서는 야권인사를 발탁하는 ‘협치내각’ 방안을 계속 검토한다고 전했다.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인물’이란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야권과 본격적인 ‘협치’에 나서겠다는 신호다.
문 정부 2기의 특징이 될 ‘협치 내각’은 여소야대의 국회 지형에서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답안으로 보인다. 장관 후보들의 국회 인사청문회 진통이 거듭되거나 정기국회에서 여야대립이 격화돼 예산과 입법이 공전상태에 빠질 경우 국정운영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용지표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안으로 촉발된 사회갈등이 증폭되기 전에 문재인 정부는 적절한 해법을 하루빨리 해법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나아가 ‘J노믹스’의 세 가지 축인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이 보다 치밀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위해서는 각종 경제정책 입법과 관련 예산 편성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국회에서 뒷받침 필수적이다.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파동으로 촉발된 권력기관이나 군 개혁 등 개혁입법 추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수처’ 설치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개혁법안들이 거대 야권의 반대로 줄줄이 대기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입법부 문턱을 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일단 개각이 차일피일 미뤄지던 이유는 밝혀졌다. 하루가 급한 농식품부 장관 인선을 먼저 하고, 이후 개각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과의 논의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협치의 범위에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 등 ‘범 진보’ 진영이 중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범 보수’ 야권의 입각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문을 열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의 협치내각 구상은 명분상 통합과 협치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양당정치의 한계를 벗어나 정책연대로 내각을 구성하는 다당제 실험의 의미도 있다. 아직 이름만 갈라졌을 뿐 양당제의 고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현 국회지형에서의 새로운 정치실험일수도 있다.
김 대변인의 설명대로 협치내각은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로 모든 면에서 변수가 많다. 어떤 모양새를 이룰지는 여야 간의 협의과정에서 구체화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구상의 발원이 국민을 위하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돼야 마땅하다. 선거를 통해 집권을 한 여당이 다른 정당에게 공동으로 국정운영을 제안하는 일 자체가 큰 결단이고 모험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협치내각은 다음달쯤 윤곽이 나올 예정이다. 아직 협치의 범위와 내용이 어디까지 진전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오랜만에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