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시험지 빼낸 학부모, '족보' 제작해 아들에 전달
고3 시험지 빼낸 학부모, '족보' 제작해 아들에 전달
  • 김다인 기자
  • 승인 2018.07.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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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용지 4장 분량… 경찰 "외부 조력 가능성 적어"

고3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냈던 광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의 학부모가 취약 과목을 간추린 학습자료를 만든 사실이 확인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시험문제를 빼돌린 광주 모 고등학교 학부모 A(52·여)씨는 외부 도움 없이 혼자 시험문제를 편집해서 아들에게 전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행정실장 B(58)씨를 통해 올해 1학기 고3 이과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통째로 빼냈다.

이후 A씨는 미적분·기하와 벡터·생명과학Ⅱ 등 아들이 어려워하는 과목을 중심으로 난도가 높은 문제를 발췌해 A4용지 4장 분량의 학습자료를 제작했다.

이 자료는 아들에게 '족보'(기출문제 복원자료)라는 이름으로 넘겨졌다. 답안을 따로 표시하지는 않았다.

A씨는 고학력자인 데다 '족보' 분량도 많지 않아 혼자서 시험문제를 편집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추측됐다.

다만, 경찰은 A씨가 아들 실력에 맞춰 문제를 편집하는 데에는 외부인 조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와 관련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아직까지 증거물 분석 결과 이 같은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A씨와 B씨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을 시험문제 유출 대가로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와 학교 윗선 개입 여부 등을 모두 파악한 뒤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A씨와 B씨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행정실장 주변인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시험문제 유출 대가로 돈을 받았다면 주변인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다인 기자

di516@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