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鐵vs船, 후판 가격 두고 갈등 고조…정부 ‘수수방관’
[단독] 鐵vs船, 후판 가격 두고 갈등 고조…정부 ‘수수방관’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7.2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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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수천억원 적자 감수하며 공급” vs 조선 “올해 최악의 해, 생존 위협”
정부 “시장가격에 개입 어려워…자율적으로 해결해야”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철강업계가 후판가격 인상을 예고하자 조선업계가 반발에 나서며 양측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산업 진흥에 앞정서야 할 정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 

최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포스코와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 3사가 후판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후판은 두께 6mm이상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통상 선박 전체 건조원가의 15~2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이 인상될 경우 선박 건조 가격도 함께 오를 수 밖에 없다. 

최근 중국산 후판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조선업계의 수주가 늘면서 공급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후판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유통 가격 기준 올해 1월 톤당 72만원에서 2월 70만원으로 소폭 인하됐지만 3~4월 75만원으로 오른 뒤 7월13일 기준 78만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철강 3사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까지 연속 4반기 후판 가격을 t당 최소 3만원에서 최대 5만원씩 인상해왔다. 

특히 포스코는 지난 4월 IR(기업설명회)을 통해 하반기 후판 가격 인상을 공식적으로 예고했으며 동국제강과 현대제철 역시 후판 가격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상 요구분은 회사별로 5~10만원이라는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신아일보에 “현재 후판의 유통시장 가격은 대체적으로 70만원대에 형성돼있지만 조선사들은 60만원대로 상대적으로 낮게 매겨져있어 유통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철강업계의 경우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조선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후판을 공급해왔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조선이 올해 1분기 세계 수주 1위를 달성하는 등 업황이 양호해 후판가격 정상화를 추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의 결정이 너무하다는 입장이다. 시황개선은 약간 개선된 수준에 불과하며 후판 가격이 오르면 기존 계약분의 원가 상승은 물론이거니와 향후 계약시 가격 경쟁력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올해 예상되는 한국 조선사의 후판소요량은 약 420만톤으로 하반기 추가적으로 5만원을 인상하는 경우 약 3000억원의 원가부담이 예상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통상문제 등으로 철강업계도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알지만 중국 철강 구조조정, 환경규제, 수요증가 등으로 후판쪽을 제외한 다른부분에서 큰 이익을 보고 있는데다 4반기 연속으로 후판 가격을 인상을 했는데 내년까지 인상을 미뤄달라는게 그렇게 큰 요구냐”고 반문했다. 

실제 한국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선박 건조량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건조량 1400만CGT에 턱없이 모자른 780만CGT정도로 전망된다. 최근 수주량에 있어 중국을 제치고 전세계 1위를 달성했다고는 하나 이는 2016년 기록적인 수주저조에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하며 금년 상반기중 신조선 수주량(496만CGT)은 작년 동기간 건조량(601만CGT)보다 17% 부족하다.

신조선가도 최근들어 회복 기미가 있으나 한국의 주력 선종인 VLCC의 회복은 느린 상황이고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여전히 1년전과 비슷하다. 되레 선가 상승이 원자재가격 인상분 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오히려 조선사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는게 협회의 주장이다.

문제는 업계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해당 사안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등을 대대적으로 발표하며 국내 조선업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기존입장과 배치되는 행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한미 FTA개정협상으로 자동차를 지키고 철강 쿼터를 양보함에 따라 은연중에 철강쪽 편을 드는거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며 “가격을 당장 어떻게 해달라는게 아니라 협의할 수 있는 자리라도 좀 만들어 주면 좋겠다. 조선이 죽으면 철강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만큼 상생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에서 철근값 담합 소지가 문제가 되고 있는만큼 철강 가격과 관련해서는 언론에 그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