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거목 타계… 소설 '광장' 최인훈 작가 별세
현대문학 거목 타계… 소설 '광장' 최인훈 작가 별세
  • 장유리 기자
  • 승인 2018.07.2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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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광장' 등으로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작가 최인훈이 23일 오전 10시 46분 별세했다. 향년 84세. (사진=연합뉴스)
소설 '광장' 등으로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작가 최인훈이 23일 오전 10시 46분 별세했다. 향년 84세. (사진=연합뉴스)

소설 '광장'의 최인훈(82) 작가가 대장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인은 4개월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23일 오전 10시 46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세상을 떠난 최인훈은 한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거목(巨木)으로 평가받는다.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발발로 월남한 그는 전후 전근대적인 상황과 양대 이데올로기의 틈새에서 부딪치는 세계를 제대로 인식하고자 치열하게 고뇌했다.

고인은 1959년 군 복무 중 쓴 단편소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자유문학'지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후 다채로운 형식의 소설과 희곡, 평론, 에세이들을 발표하며 한국 현대문학의 테두리를 확장했다.

그의 문학 세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낡지 않은 문제의식과 세련된 양식의 전범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최인훈은 기념비적 소설 '광장'을 발표하며 전후 한국문학의 지평을 연다.

1960년 10월 '새벽'지에 실린 광장은 전근대적인 상황과 억압받는 이데올로기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 분단 현실에 대한 문학적 증언으로 역사적 사유로서 존재 가치를 지닌다.

또 삶의 일회성에 대한 첨예한 인식, 개인과 사회·국가 간의 긴장과 갈등, 인간의 자유와 사랑과 같은 본질적 주제에 대한 폭넓은 성찰도 이뤄졌다.

이 작품은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꾸준히 읽히며 후배 문인과 젊은 독자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2004년에는 국내 문인들이 한국최고의 소설로 선정하기도 했다.

고인은 '광장'에 이어 '회색인'(1963) '서유기'(1966) '화두'(1994) 등을 발표하며 분단 현실에 대한 문학적 탐구를 통해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보편성 속에 자리하는 데 기여했다.

출간 이후 현재까지 통쇄 204쇄를 찍었고,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최다 수록 작품이라는 기록도 있다.

그는 20세기 자체를 전면적으로 문제 삼으며 동시대인의 운명을 큰 시각에서 조망한 대작 '화두'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시대를 통찰하는 작품들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씨, 아들 윤구, 딸 윤경씨가 있다.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발인 25일 오전, 장지 경기도 고양시 자하연 일산 공원묘원. 02-2072-2020.

[신아일보] 장유리 기자

jyuri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