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벌어진 사회 갈등이 매듭지어 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논란과 대립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일자리를 크게 늘리고 소득 양극화 피해를 최소화할 근본 처방책이 나오지 않고서는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소상공인과 노동계의 ‘을들 간의 전쟁’은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확대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노사 또는 빈부 갈등을 유발하는 소득 양극화는 그동안 여러 차례 접점을 찾으면서 상대를 이해하는 수준 정도엔 도달했다. 반면 ‘갑과 을’이 아닌 ‘을들 간’ 또는 ‘을과 병’의 갈등은 사회적 여파가 어디까지 증폭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해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오는 24일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본부’를 출범하면서 광화문 천막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맹도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카드수수료 인하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요구하면서 집단행동을 벼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초기부터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서 경기 활성화를 이루고 궁극적으로는 고소득층의 소득도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의 소득증대를 위해 시급을 1만원까지 올리기 위해서 올해에 이어 내년 최저임금도 10% 이상의 인상 폭이 결정됐다. 당장 인건비 상승을 견뎌야 하는 소상공인과 연세사업자에겐 생존을 위협하는 정책이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근간은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즈를 중심으로 한 ‘케인지언’들의 이론이 주를 이룬다. 경기 불황 타개를 위해서는 민간소비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는 정부지출 확대와 함께 저소득층의 세금 인하를 통해 민간소비를 자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게 되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저소득층의 소득증대가 경기활성화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고소득층의 소득도 높이게 되는 ‘분수효과’를 얻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다.
케인지언들은 이론상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대한 세금 인하로 인한 정부의 세수결손은 법인세, 누진소득세, 주택 보유세 등 부유세를 늘려 메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기 위한 즉각적인 정책수단인 세금 인하 외에도 정부는 부유세로 조달된 재원을 소액 융자, 각종 생활 요금 감면, 주택 지원 등 복지정책에 사용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이들의 소비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 정부 경제팀의 잘못된 경제인식과 엇박자 정책이 일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경제컨트롤 타워에서 최저임금만 올리고 대기업과 건물주 등 ‘갑질 해소’ 등 다른 재분배 정책을 소홀히 하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최저임금만 올리면 공급초과로 영세 사업자들은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최저임금이 오르는 상태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하루빨리 노동 수요를 늘리고 이익을 배분할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