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족협의회가 국가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1심 선고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0부는 1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와 청해진해운의 책임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희생자 1명당 2억원씩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희생자들의 배우자에게는 8000만원, 친부모에게는 4000만원씩, 자녀와 형제자매, 조부모 등에게도 각각 500만원에서 2000만원씩 위자료 기준을 산정했다. 부모와 형제자매 등이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경우 희생자들의 일실수입까지 포함하면 유가족별로 6~8억원 정도의 손해배상금이 책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청해진해운과 국가의 과실로 이번 사건이 발생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침몰 원인에 대한 책임 소재와 배상 관련 분쟁이 계속되고 있고 세월호 사고가 우리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다”며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크다는 점을 참작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4년 만에 국가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또 이번 판결로 세월호 유가족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유족간의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가족은 “(이번) 소송의 목적은 정부가 잘못했다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는 세월호 희생자 118명의 유족 350여명이다. 이들은 1인당 평균 4억원씩 지급한 배·보상금을 거부하고 지난 2015년 국가의 책임을 법적으로 판단 받겠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배상금이 목적이 아니었다. 소중한 아이들이 희생된 과정에서 정부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했고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길 바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판결문에선 그 기록이 명확하게 명시되지 않았다. 유가족은 2심을 통해 그 과정이 해소되길 바라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가 유족에게 주기로 한 위로금은 3분의 2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은 이 금액을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데 써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심 판결까지 유족들은 지난한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자식 잃은 것을 빌미로 한 몫 챙기려는 것 아니냐”,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지겹다”, “혐오한다” 등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모욕과 조롱 섞인 말을 들어야했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권과 엮어 편을 가르기는 무리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전면에 나서지 못한 일부 권력자들은 돈과 갖은 회유로 또 다른 ‘을’을 영입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비난여론을 부추기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두고 이중, 삼중으로 여론이 갈린 이유다.
이번 판결로 유족을 향한 비난의 여론은 멈춰야 한다. 국가의 책임이 명확해진 만큼 유족들이 바라는 원인규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다시는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유족들이 힘겨운 싸움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우리와 우리 자녀의 안전과도 연관돼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