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EU 철강 관세…업계는 ‘멘붕’
미국 이어 EU 철강 관세…업계는 ‘멘붕’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7.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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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연강판·냉연강판 등 23개 품목…25% 관세
글로벌 쿼터로 개별 대응 어려운데…정부 ‘아웃리치’만 열심
(사진=한국철강협회)
19일 서울시 송파구 한국철강협회에서 열린 유럽연합(EU)의 철강 세이프가드잠정조치 대응 민관대책회의에서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한국철강협회)

자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에 이어 EU(유럽연합)도 19일부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잠정조치를 시행하겠다 밝혀 업계가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의 줄임말)’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자국 이익을 두고 다투는 미중 관계에서 제3자인 우리 정부의 아웃리치 활동이 효과가 있냐는 ‘무용론’까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8일 EU가 밝힌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조치 품목은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후판 등 23개 철강재다. 최근 3년간(2015∼2017년) EU 수입 평균 물량의 100%까지는 지금처럼 무관세며 그 이상 물량은 25%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제품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계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때 수입국이 수입량을 제한하거나 관세를 높여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EU의 잠정조치는 무관세로 수출하는 물량을 국가별로 배정하지 않고 누구든지 물량을 소진하면 그때부터 관세를 부과하는 ‘글로벌 쿼터’ 방식을 적용한다. 쿼터 물량 배정이 선착순으로 이뤄져 특정 국가 수출이 급증하면 다른 국가 무관세 물량은 최근 3년치 평균에 못 미칠 수 있다.

잠정조치가 적용된 23개 철강 품목 쿼터 물량은 1513만톤으로 품목에 따라 적게는 5500톤 많게는 426만9000톤에 달한다.

미국 쿼터에 설상가상으로 EU 세이프가드까지 겪게 된 철강업계는 시름에 빠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경우 국가별로 정해진 쿼터량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유럽은 국가별로 양이 정해지지도 않아 개별 기업들도 어떻게 대응 해야할지 판단조차 잘 서지 않는 상황”이라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3년 평균 물량만큼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미국의 쿼터보다는 조금 낫다”며 “하지만 상반기에 다른 국가가 수출 물량을 모두 소진하는 경우 하반기에 개별 업체에 피해가 아에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정부의 아웃리치(외부접촉) 활동에 ‘무용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훨씬 이전부터 철강보호주의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과잉공급과 EU의 환경·무역규제제 등 비관세무역이 강화되면서 국내 철강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며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확산 될 경우 철강 통상마찰도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모니터링 강화와 주요 수출국과 아웃리치를 늘리면서 한국산 철강제품에 관세부과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피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주요 수출국 철강관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후약방문식으로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르면 그제서야 대외활동 강화하고 부랴부랴 업계 관계자들을 소환해 대책회의를 한다는 점도 도마위에 오른다.  

현재 정부는 최종결정까지 200일 남은 만큼 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속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웃리치 외 다른 방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나서겠지만 사실상 모든 부분을 대처하기는 어려운 만큼 기업들도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