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가 일찍 끝나고 시작된 올 여름 무더위가 심상치 않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17일 경기도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차량에 방치된 4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고, 전북 남원에서도 80대 노인이 제초작업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최근 온열 질환자가 급증하면서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18일에도 낮 최고 기온이 대구 37도, 광주·안동 36도, 대전·세종·전주 35도 등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말그대로 가마솥 더위라고 할 만하다. 잠을 설치고 몸이 힘겹게 느껴지는 등 시민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올 장마는 지난 11일 종료됐다. 45년 만에 가장 짧은 장마로 기록되고 있다. 더 걱정인 것은 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줘야 더위가 한풀 꺾일 텐데, 앞으로 뚜렷한 비소식이 없다는 것이다. 폭염이 다음달까지도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태양 볕이 강렬하게 내려 쬐면서 자외선지수도 일부 지역은 최고 단계인 ‘위험’단계까지 올라갔다. 고온과 높은 습도로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열사병과 탈진 등 온열 질환 발생 가능성이 크다. 무더운 낮 동안에는 될 수 있으면 야외활동은 줄이고,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섭취가 중요하다.
또한 가축과 농·수산물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농수산식품부가 집계에 따르면 폭염으로 닭과 오리, 돼지 등 가축 79만 마리가 폐사했고, 이에 따른 피해액만 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이 계속되는 이유는 티베트에서 가열된 공기가 넘어오면서 한반도 상공에 계속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북쪽의 찬 공기도 내려오지 못해 열기를 식히지 못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한 달 넘게 불볕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 최고의 폭염으로 기록된 지난 1994년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위의 기세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최악의 폭염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폭염 대응 종합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은 없고 대부분 형식적인 것이 많다. 최근 일부지역에서 무더위 쉼터 관리 허술, 고장난 에어컨 방치 등 부실 운영 문제가 드러나 불만을 사고 있다. 폭염 기세가 강한만큼 대책과 메뉴얼이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것은 없는지 점검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각종 시설과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수시로 점검하는 등 주민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것이어야 하다는 얘기다.
최악의 폭염은 국가적 재난이다. 선제적 대응을 위해 정부와 보건당국, 지자체 간 유기적이고 긴밀한 공조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여름 무더위, 겨울 추위 등 환경 조건이 안 좋을 때는 취약계층이 가장 큰 피해를 당한다. 쪽방촌를 비롯 홀로 노인, 장애인, 노숙자 등 무더위 속에 방치되는 곳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