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중앙정부로부터 행정권한을 부여받아 지역 내 주민 의사를 반영해 처리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이러한 지방자치의 한 축을 구성하는 것이 지방의원들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서도 824명의 광역의원과 2927명의 기초의원이 선출된바 있다. 이들로 구성된 지방의회는 지방기초단체에 대한 견제와 감시, 조례 제정 및 수정, 그리고 연간 193조원에 달하는 지방재정의 예·결산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지방의원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져 왔다. 투여되는 예산규모에 비해 이들이 지방자치에 기여하는 바가 작기 때문이다. 광역의원에게는 연간 평균 8000만원, 기초의원의 경우에는 평균 5700만원이 수당과 의정활동비가 지급되고 있다. 이를 포함해 의회 경비 및 사무처 경비로 투여되는 총 예산이 연간 약 58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초창기에는 봉사하는 자리로 신설됐지만, 지속적으로 지방의원들 스스로 대폭 상향시키면서 ‘고액 연봉 직업’이 됐다.
고액의 연봉이외에도 잦은 외유성 해외출장,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이나 이의 비공개 등 민주주의와는 동떨어진 행태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업무추진비를 자신들의 쌈지돈처럼 쓰는 경우도 많이 발생해 왔다. 풀뿌리 민주주의 시발점인 지방의회가 오히려 민주주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도입된 지 30여년 됐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본도 기초도 방향도 없다. 감시의 사각지대로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더 문제는 지방의원들이 본연의 업무보다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업무를 ‘대행’해야만 하는 구조이다. 이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해당 지역의 지방의원 정당공천권을 사실상 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도 이러한 종속 현상을 고착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제는 이런 지방의회의 구조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환골탈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먼저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할 수 없거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할 수 없다면 기초의회를 없애야 한다. 주민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광역의회만을 존속시켜 이에 대한 고도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인구와 국토의 크기로 보면, 기초의회는 ‘과욕’일 수 있다. 광역의회가 광역자치단체를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광역의회도 감시와 견제를 받을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최소한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추천제는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 기초의원 공천이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에 놓여 있는 한, 이들의 ‘갑을관계’는 절대로 개선될 수 없다. 현재와 같은 정당추천제는 지역의 일꾼, 미래의 정치인들에게 잘못된 관행과 갑을관계를 도제식으로 학습시킬 뿐이다. 이의 존속을 통해서는 지방자치의 미래도, 정치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없다.
마지막으로 지방의원의 임기에 대한 연임제한이 필요하다. 광역자치단체장의 임기는 최대 3회 연임으로 제한되고 있는 반면, 지방의원의 임기는 무제한이다. 지방의원이 고액연봉 직업으로 ‘전락’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연임제한의 부재 때문이다. 광역자치단체장의 임기와 마찬가지로 지방의원의 임기를 최대 3회 연임으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고액 연봉도 최소한의 회의수당만을 지급하는 정도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현재보다는 밝고 맑은 지방자치의 실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