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도입 20년…거수기·바람막이 오명 ‘얼룩’
사외이사 도입 20년…거수기·바람막이 오명 ‘얼룩’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7.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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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사회 안건 중 반대는 0.01%…1/3 내부거래 무사통과
검찰·공정위·국세청 권력기관에 학연·지연·소송대리인 등 요지경
(사진=신아일보 DB)
(사진=신아일보 DB)

우리나라 경제를 수렁으로 빠뜨렸던 외환위기로 드러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 효과는 20년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시가총액 상위 100대 상장사의 2017년 사업보고서를 지난해 이사회에 상정된 3178건 중 사외이사가 반대 의사를 표시한 안건은 5개, 0.1%다. 보완 또는 보류를 요구한 안건을 더해도 12건에 불과하다.

안건의 성격을 보면 거수기 논란은 문제가 될 만하다. 일감몰아주기 등 기업과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안건들을 무사통과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CEO스코어가 자산 5조원 이상인 57개 대기업집단 243개 상장계열사의 지난해 이사회 안건을 분석한 결과 5955건 중 939건, 15.7%는 내부거래에 해당하는 ‘특수관계자 및 주주와의 거래’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234건의 안건 중 내부거래 안건이 절반에 달하는 94건이다. 넥슨과 신세계도 각각 35.5%와 34.7%며 삼성도 31.2%다.

사외이사의 출신도 문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대 기업 지주회사 및 주력 계열사 사외이사 43명 중 정부 고위 관료와 판·검사 출신은 22명이다. 청와대, 기획재정부 등 고위 관료 출신이 14명, 공정거래위원회 2명, 국세청 3명 등이다.

또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주총을 통해 신규 선임 또는 재선임 된 사외이사 중 국세청이나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감독기관과 검찰과 법원 등 사법기관, 장·차관 등 3대 권력기관 출신은 48명 중 17명, 35.4%다.

전문성을 위해 영입했겠지만 0.1%의 반대 의사 표시는 이들의 역할을 의심케 한다. 실제로 KT는 올해 신임 사외이사로 참여정부 시절 인사를 추진해 현재 불법 정치후원금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황창규 회장의 바람막이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이런 의혹을 의식한 듯 본인이 고사했으며 이강철 전 청와대 사회문화수석비서관만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권력기관 출신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총수일가와 여러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관행도 꾸준하다. 현재 효성의 사외이사로 있는 권오곤·최중경 이사는 조석래 전 회장·이상운 부회장과 같은 경기고 출신이다. 또 김명자 이사는 조 전 회장의 부인 송광자 씨와 경기여고 동문이다.

대한항공은 과거 총수일가 소송 변호인단에 참여한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법무법인 광장 임채민 고문이 대표적으로,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이사의 ‘땅콩회항’ 등 여러 사건에서 총수일가와 한진그룹의 변론을 맡았다. 광장은 조양호 회장의 매형 이태희 변호사가 설립한 법무법인으로 한진그룹과 인연이 깊다. 또 다른 사외이사인 정진수 변호사는 법무법인 화우 대표로 화우 또한 땅콩회항 사태 때 대한항공 측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