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가 7월 기준금리를 현(연 1.50%) 수준으로 동결했다. 최근의 우울한 경제지표를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시장은 다소 실망한 눈치다.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한은의 ‘7월 금리인상론’이 힘을 얻었는데 이번 동결로 ‘물 건너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쏟아 낸다.
시장은 다시 ‘8월·10월 인상론’을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린다. 특히 이번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7명 중 1명인 이일형 위원이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낸 것에 과도하게 반응했다. 한은은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일축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의적인 해석을 쏟아냈다.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 자본 유출 압박이다. 미국은 지난달 경제호황에 힘입어 정책금리를 연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이전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만약 미국이 연말 추가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국내에 투자한 해외투자자들이 미국으로 투자처를 갈아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증시와 환율이 재조정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시각은 말 그대로 이론에 그쳤다. 사실 자본 유출 우려는 해묵은 논쟁에 불과했다. 미국이 2015년 12월 제로금리에서 0.25%포인트 정책금리를 인상할 때부터 이 논쟁은 끊이지 않았다. 이미 금리가 역전됐는데도 되레 우리경제의 펜더멘털은 더욱 탄탄해졌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3월 금리가 역전 된 이후 외국인과 채권투자자금을 살펴보면 금리차와 무관하게 등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금리가 역전된 올해 중에는 지속적으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금리상승을 바라는 이유는 투자 수익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금리상승기엔 주가가 재조정 받고 채권 등에 투자한 개인 및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이익을 볼 수 있다. 반대로 대출 금리가 같이 오른다. 현재의 흐름으로 보면 대출자의 이자로 투자자의 배를 불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경제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당분간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국제유가 상승, 실업률 증가, 가계부채 증가율,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전망까지 각종 경제지표가 금리상승을 끌어내는 데 부족해 보인다. 여기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도 자영업자를 더욱 고단하게 하고 있다. 대출로 자영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들은 직원 급여와 불어난 대출 이자로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미국은 정책금리를 제로수준으로 떨어뜨렸고 대신 ‘양적완화’ 통화정책을 펼쳤다. 이 결과 달러가치가 하락해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커지게 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과 통화정책 공조를 맞춰야 한다며 경제상황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그 결과 가계부채가 치솟아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는 미국의 공조도 중요하지만 자국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고 자국민을 위한 통화정책을 우선 시 해야 할 때다. 시장에서도 투자자 잇속을 위해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기보단 물가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통화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