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주말 공식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하면서 국내외 각종 현안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겐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재자’ 역할부터 ‘치킨게임’으로 역주하는 미중 무역전쟁까지 대외적으로 챙겨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국내 경제상환도 초비상이다. 답보상태에 빠진 일자리 등 경제지표들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핵심공약이던 ‘최저임금 인상’은 결정 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등을 도리는 파국을 맞았다.
사회적 갈등도 첨예하긴 매 한가지다. ‘촛불계엄’ 기무사 문건 수사와 제주도 예맨 난민사태로 촉발된 난민법 등 갈라진 목소리는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사안들이 문 대통령과 청와대만 바라보는 형국이란 점이다. 물론 대통령으로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정부나 국회는 뒷전인 채 모든 이목이 청와대에 쏠려 있는 것은 큰 문제다.
현 시점에서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동력을 이어가는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차대한 시기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비핵화 이행을 두고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감지된 이상기류를 어떻게 접합할 것인지가 당면과제다.
미국발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무역전쟁의 여파를 어떻게 뚫고 나갈지 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세계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분쟁에서 한국이 주체적으로 해결할 대안이 마땅하지는 않지만 국내 산업과 기업을 보호하고 한국경제에 파급될 여파를 수습할 대응전략에 대한 가이드 제시는 정부의 몫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경제수석·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경제라인을 교체하며 성과가 미흡했다고 평가받는 경제·고용 분야에 한층 힘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음날인 27일엔 예정됐던 ‘규제혁신 점검회의’도 불과 몇 시간 전에 전격 연기하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달라고 강한 주문을 했다.
최근 불거진 정부 경제부처의 이견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예측이다. 진보진영에서는 출범 초기의 초심을 잃고 경제정책이 후퇴한다는 뼈아픈 비판도 이어진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기존 경제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경제·민생 챙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제관계 장관회의에 당정협의를 거쳐 이번주 발표될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 그 가늠대가 될 것이다.
개각과 청와대 개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지방선거로 공석이 된 장관뿐 아니라 일부 부처의 장관 경질까지 예상된다. 청와대도 비서실 전체 업무를 조율하는 비서관 신설 등 조직개편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모든 현안에서 대통령과 청와대만 보이는 이상현상은 정부와 국회 등 국회조직에서 동맥경화가 이뤄졌다는 비판을 부른다.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