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70만명 훌쩍 넘어 '역대 최다'… 조만간 답 내놔야
'인권·다문화' 강조해온 文대통령도 피난민 아들이라 더 난감
'제주 예멘 난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사회적으로 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난민 입국을 막아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동의한 국민은 15일 현재 71만5000여명에 이른다.
이 청원은 5일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후 답변 총족 인원인 20만명을 넘어선 것은 물론 청원에 동의한 숫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난민법 폐지, 무사증 제도 폐지, 제주 예멘인 추방 촉구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30일에 이은 두 번째 집회였다.
서울과 제주에서 열렸던 1차 집회와 달리 광주, 전북 익산 등으로 장소도 확대됐는데, 이들의 주장은 '난민을 추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난민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김의겸 대변인이 "6월1일부로 예멘을 무사증 불허 국가로 지정해 더 이상 예멘 난민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청와대의 난민 정책 기조는) 따로 정리해서 공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국민청원에 답변할 때 청와대의 난민에 대한 기조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간 문 대통령이 다문화에 정책에 호의적인 입장을 취한데다 인권문제까지 걸려 있어 난민 정책의 기조를 정하는 데 곤란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성차별 등 논란이 되는 문제에 직접 의견을 밝혀온 것을 고려했을 때 난민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3월 마련한 대통령 개헌안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한 바 있다.
'사람이면 우리 국적이 아니더라도 외국인이나 망명자를 다 포함한다'는 취지였다.
또한 문 대통령은 난민과는 다른 사연이 있다. 문 대통령의 부모는 1950년 흥남철수 때 미국 수송선을 타고 거제도로 탈출한 피란민 출신이다.
문 대통령이 난민 문제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에서 중동 국가의 난민을 거부했다가 자칫 정부가 '반이슬람주의' 정책을 펴는 것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
지금까지 인권을 강조해온 문재인정부의 철학과 가치가 부정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무작정 난민을 받아들였다가는 정권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난민 반대 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더라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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