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치킨싸움’으로 번졌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엑셀을 밟으면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조절했는데, 이제는 가속도로 맞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에도 포문은 미국이 먼저 열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간
2000억달러(223조4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자국 첨단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국산 희토류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뒀다. 희토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부터 풍력 터빈과 군사 장비까지 거의 첨단 제조업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략 자원이다. 중국은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졌다.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 중 78%는 중국산이다. 사실상 미국의 전면선 선포다. 자국이 피해를 보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중국도 지지 않았다. 중국은 다음날 미국의 관세보복에 대해 강력한 항의 의사를 표시하고 즉각적인 보복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이러한 행위는 중국과 전 세계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자기 자신(미국)에게도 피해를 주는 이성적이지 못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은 국가와 인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예전과 같이 필요한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며 “국제사회가 자유무역주의와 다자무역주의를 지키고 무역패권주의에 맞서길 호소한다”고 전했다. 상무부는 또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위를 즉각 WT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총성 없는 싸움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강대국의 싸움에 우리나라는 일단 숨이고 있다. 양국이 아직은 관세부과에 대한 선전포고만 나온 상황이어서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불확실성 우려에 초점을 두고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현명한 대응전략을 갖추는 일이다. 두 강대국의 싸움이 우리에게 적잖은 피해를 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우리는 이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없다. 자존심이 상해도 사실이 그렇다.
이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당장은 시장을 안심시켜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미국과 중국 간 싸움으로 인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곳과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분야가 어딘지 예측해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시장이 혼란스럽다 하더라도 철저하게 대비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시장의 불안감도 최소화할 수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왜 회자됐는가. 우리에겐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 또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사실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에게 악재만 준 것은 아니다. 중국은 사드 보복 조치로 한국기업에 의도적으로 불만을 표시했고 한국 관광을 금지하는 등 대중 무역장벽을 높였다.
하지만 이번 무역전쟁으로 미국은 한국에 손을 내밀어야 할 상황이다. 최근 한류문화 금지령 해빙기, LG디스플레이의 중국 OLED 합작법인 승인 등은 인식의 전환이라기보다 중국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시장의 혼란은 누군가에게 악재가 되지만 누군가에겐 새로운 투자의 기회가 된다. 결국 그 기회를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