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302g·신장 21.5㎝' 국내 초미숙아, 1% 기적 만들다
'체중 302g·신장 21.5㎝' 국내 초미숙아, 1% 기적 만들다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7.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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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주째 태어난 아기 건강하게 퇴원… 세계서 26번째로 작아
출생 체중 302g으로 생존한계를 극복한 사랑이 모습 (사진=서울아산병원)
출생 체중 302g으로 생존한계를 극복한 사랑이 모습 (사진=서울아산병원)

체중 302g, 신장 21.5㎝. 국내에서 가장 작은 미숙아가 출생 후 169일간 집중 치료를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미숙아의 이름은 이사랑. 이 아이가 생명의 기적을 만들어 낼 확률은 단 1% 미만이었지만 그 기적을 만들어냈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은 태어날 때 체중이 302g에 불과했던 국내 초극소저체중미숙아(이하 초미숙아) 사랑이가 5개월여(169일)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12일 밝혔다.

사랑이는 국내에서 보고된 초미숙아 생존 사례 중 가장 작은 아기다. 외국에서도 400g 이하 체중의 미숙아가 생존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미국 아이오와대에서 운영하는 초미숙아(400g 미만으로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등록 사이트에는 현재 201명의 미숙아들이 등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사랑이는 전세계에서 26번째로 가장 작은 아기로 등재될 예정이다.

사랑이는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했지만, 임신 중독증이 생겨 임신 24주 5일 만인 올해 1월 25일 제왕절개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세상에 나온 사랑이는 허파꽈리가 완전히 생성되기도 전인 24주 만에 태어나 출생 직후 소생술을 통해 겨우 심장이 뛸 수 있었다. 기관지 속으로 폐표면활성제를 투여받으며 겨우 숨을 몰아쉬는 정도였다.

또 태어난지 일주일이 지나고 몸속에 남아있는 양수가 빠지면서 체중이 259g까지 떨어져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전 세계적으로도 300g 이하에서는 생존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료진 모두가 긴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신생아팀과 사랑이의 부모는 포기하지 않고 생존 확률이 1%도 채 되지 않는 사랑이의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미숙아 괴사성 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모유 수유라는 말에 사랑이 엄마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유를 유축했다.

일반적으로 미숙아는 장이 썩는 괴사성장염이 자주 발병하며, 이를 예방하려면 모유를 먹이는게 가장 중요하다.

그 결과 사랑이는 미숙아에게 흔한 괴사성 장염이 발병하지 않았다. 600g 정도까지 자랐을 무렵에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적은 양의 산소만으로도 자발적인 호흡이 가능해졌다.

정의석 교수는 "사랑이를 처음 보았을 때 작은 아이가 가쁜 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니 그저 살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며 "위기 상황 때마다 스스로 극복해내는 것을 보면서 생명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체중이 300g 정도로 태어난 초미숙아가 수술을 받지 않고 모든 장기가 정상인 상태로 퇴원한 것은 전 세계에서 매우 드문 사례"라고 덧붙였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