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이 주거복지 갑?…슈퍼갑이라도 찬성
[기자수첩] 청년이 주거복지 갑?…슈퍼갑이라도 찬성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7.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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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때였던 것 같다. 담임선생님은 집에 방이 2개 있는지 3개 있는지, 수세식 화장실인지 재래식 화장실인지 등을 조사했다.

당시 단칸방에 살던 친구들은 방이 여러개 있는 집에 사는 친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수세식 화장실도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릴적 수 많았던 일들 중 그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초등학생이던 기자에게 우리집과 친구의 집을 비교하며 부러워해야 했던 현실은 적잖은 충격이었나보다. 어른이 된 지금도 집은 여러모로 많은 충격을 안겨주는 존재다.

정부가 최근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대상으로 상당히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주거복지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발표된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도 주인공 자리를 꿰찼던 신혼부부와 청년은 그 때보다 더 확대된 혜택을 받게 됐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주거복지가 너무 청년층에 쏠리는 것 아니냐" "중·장년층은 바보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충분히 가능한 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신혼부부와 청년층에 대한 주거지원이 곧 부모세대에 대한 지원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다.

상당 수 청년들은 주거공간을 얻고 유지하는 데 있어 부모에게 어떤 식으로든 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 하다 못 해 맞벌이에 야근이라도 하려면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하고 그 것 역시 결코 작지 않은 지원이 필요한 경우다. 자식들은 부모들의 편안한 노후를 방해하는 짐이 된지 오래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안정된 주거환경이 뒷받침 돼야만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부모가 '내 집 마련'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동안 아이들의 외로움은 커질 수 있다. 엄마 아빠에 대한 주거지원은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를 선물해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신혼부부와 청년 외에도 정부가 챙겨야할 계층은 많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이미 고령가구와 장애인, 서민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지원계획들이 담겨 있다. 이번에 발표된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도 이를 확대·구체화 한 것일 뿐이다.

신혼부부와 청년들에게 '집'은 생각보다 두려운 존재다. 이들이 집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때 부모세대와 아이들도 함께 웃을 수 있다. 청년 주거복지 만큼 얻는게 많은 투자 아이템도 없을 것이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