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고혈압약' 파동… 의사·약사 공방전 점화
'발암물질 고혈압약' 파동… 의사·약사 공방전 점화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7.1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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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 문제 도마 위… 의협-약사회 의견차
갈등 상황 눈총도… "환자 피해 불식이 우선돼야"

발암물질이 포함된 고혈압약이 발표된데 따른 '쇼크'가 의사와 약사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암물질 작용 가능성이 있는 불순물이 발견된 중국산 '발사르탄'(Valsartan)을 사용하는 219개 국내 제품을 판매 및 제조 잠정 중지 조치를 취했다.

이를 두고 600만 명에 달하는 고혈압 환자들의 사이에선 거센 파동이 일었다. 고혈압약은 장기 복용이 불가피한 만큼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의 집계에 따르면 발암물질이 검출된 고혈압 치료제 115개 품목을 처방받은 환자는 18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이나 처방한 약을 제조하는 약사들 등 국민 건강 증진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을 향한 책임론까지 부상했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하루걸러 서로를 비방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네 탓'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의협과 약사회는 그간 의사들과 약사들 사이에서 뿌리 깊은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던 '성분명 처방'을 이번 사태와 연관지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리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란 특정 의약품의 상품명이 아니라 약물의 성분으로 처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약사들은 의사들이 특정 상품으로 약을 처방하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성분명 처방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들은 성분은 같더라도 약효가 상이한 재고약 처분에 악용될 소지가 있고, 이는 처방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의협은 이번 사태를 "성분명 처방의 위험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평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의 원인이 값싼 원료를 사용한 복제약에 있고, 이 같은 복제약은 효능을 100% 믿을 수 없는 만큼 성분명 처방 시행을 멈춰야한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을 통해 복제약을 약국에서 임의로 골라 조제하도록 하는 건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며 "의사의 처방 약을 임의로 조제하는 것도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의협을 향해 "약사 직능 매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즉시 반박 성명을 냈다.

약사회는 "이 사건은 리베이트에 만취한 의사들이 싸구려 약을 처방해 문제가 커진 것"이라며 "의사의 처방대로 조제한 것인데, 약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전체 조제의 1%대도 안 되는 대체조제를 문제 삼고 있다"며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료와 투약을 분리하는 의약분업 원칙을 존중한 성분명 처방이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협과 약사회의 갈등 상황에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도 많다. 전문가들이 환자 피해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고질적 갈등인 성분명 처방 문제를 끄집어낸다는 이유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좋지 않아 보인다"며 "환자 피해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최우선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