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인도 순방 중 보고받고 특별지시 내려
'촛불 혁명' 강조했는데… 위중 사안으로 인식해
국방부 내부 시스템으로 규명 어렵다 판단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 독립수사단을 구성할 것을 특별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인도를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특별지시했다.
또 문 대통령은 독립수사단이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도록 했다.
독립수사단은 군내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의 군검사들로 구성돼 국방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문 대통령이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지시한 이유는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에 의한 수사가 의혹을 해소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라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현안점검회의 등을 통해 모아진 청와대 비서진의 의견을 인도 현지에서 보고 받은 뒤, 전날(한국시간) 저녁 특별지시를 내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사안이 공개된 뒤 시간이 좀 흘렀는데, 위중함·심각성·폭발력 등을 감안해 국방부와 청와대 참모진이 신중하고 면밀하게 들여다본 후 인도 현지에 가 있는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대통령도 순방을 다 마친 뒤 돌아와서 지시를 하는 건 너무 지체된다고 판단한 듯 해서 현지에서 바로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연관 사건에 독립수사단이 구성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립수사단이 군 내 비육군·비기무사 출신의 군 검사들로 구성된다는 점과 수사단이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점은 사건을 근본부터 파악해 해결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이 현 정권을 '촛불에 의한 정권교체'라고 강조해왔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계엄령 검토 문건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인 것인지 가늠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미 대서양협의회가 시상하는 '세계시민상'을 받은 자리에서 자신을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촛불집회 시민을 기무사가 제압의 대상으로 보고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점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 사안을 위중하게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처럼 엄정하게 대응에 나선 것도 해당 사안의 진상을 국방부 내부의 시스템만으로는 규명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칫 제대로 된 의혹해소는 커녕 '제 식구 감싸기'라는 또다른 의혹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을 인지한 시기는 3월 말로, 넉 달 가까이 이 문제를 방치해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10일 공개한 기무사 문건에 따르면 2016년 10월 1차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는 시위대가 청와대 점거를 시도할 경우 등을 '최악의 국면'으로 규정하고 계엄상황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