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쓰가무시·SFTS 동시감염 국내 첫 사례 나와
쓰쓰가무시·SFTS 동시감염 국내 첫 사례 나와
  • 장유리 기자
  • 승인 2018.07.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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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대 유전자 검사… "털진드기 매개 가능성"

국내에서 '쓰쓰가무시병'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이 동시에 감염된 첫 사례가 나왔다.

이는 쓰쓰가무시병과 SFTS를 동시에 옮기는 진드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이근화 제주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팀은 '미국 열대의학·위생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tropical medicine and hygiene) 최근호에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SFTS로 진단돼 치료받은 할머니(75)를 대상으로 혈청 유전자검사를 한 결과, 두 가지 유전형의 쓰쓰가무시병균에도 동시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

쓰쓰가무시증은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고열과 두통, 반점 모양의 발진 등 증상이 SFTS와 비슷하다.

이 병은 치사율이 0.1∼0.2% 안팎으로 아주 낮은 편이고,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딱지(가피)'가 생기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SFTS는 야생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38∼40도의 고열과 함께 혈소판·백혈구 감소,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나타난다.

특히 치사율도 6∼30%에 달할 만큼 치명적인 데다 치료제나 백신이 미개발 상태라 70대 이상 노령층이 감염될 경우 위험할 수 있어 '살인 진드기'라고도 불린다.

이 할머니는 산에 다녀온 지 4일이 지나 고열, 근육통, 두통 등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고, 유전자검사를 거쳐 SFTS 확진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의료진은 할머니에게서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딱지가 생긴 것을 발견, 쓰쓰가무시병 가능성도 의심하고 추가 유전자검사를 시행했고 이도 확진 판정을 내렸다.

이에 연구팀은 그동안 작은소참 진드기에 물렸을 때만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SFTS가 쓰쓰가무시균을 옮기는 털 진드기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피해 할머니에게서 털 진드기에 의한 가피만 발견됐을 뿐 작은소참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없다는 점이 이유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이미 쓰쓰가무시병을 유발하는 털 진드기에서 SFTS 바이러스 유전자를 확인한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이근화 교수는 "진드기에 물려 생기는 감염병의 메커니즘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게 많다"면서 "작은소참 진드기 외의 털 진드기가 바이러스와 세균을 함께 옮겼을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장유리 기자

jyuri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