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조선업 암초 만나나…해양플랜트 수주 ‘빨간불’
하반기 조선업 암초 만나나…해양플랜트 수주 ‘빨간불’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7.0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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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달러 해양플랜트 입찰, 한국vs싱가포르 2파전 격화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전문인력 양성 등 경쟁력 마련 시급”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연이은 수주 성공으로 하반기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던 조선업이 해양플랜트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석유회사 셰브런이 최근 발주한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로즈뱅크 프로젝트’ 입찰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싱가포르 셈코프 마린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프로젝트는 영국 북해 셔틀랜드 군도에서 175㎞ 떨어진 해상 유전을 개발하는 내용으로 한화 2조2000억원 규모다. 

해양플랜트는 수주 한 건 당 2~3조원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어 2010년 이후로 각광받아 왔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발주가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 유가 상승이라는 호재를 만나 점차적으로 발주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프로젝트 입찰에서 연거푸 미끌어지며 고배를 마시고 있다. 한국의 1/3 수준의 인건비로 저가 수주공세를 펼치는 중국과 싱가포르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기술력마저도 국내 조선사들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4건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있었음에도 불구, 국내 3사의 최근 1년간 신규 수주 점유율은 0%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이 최근 8월 해양플랜트 야드 일시 중단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영향이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의 나스르(NASR) 프로젝트 이후 43개월째 해양플랜트 수주를 단 한 건도 하지 못해 준공 35년 만에 처음으로 야드를 일시 중단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2건의 프로젝트를 수주했지만 이후 1년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이후 단 한 건도 해양플랜트 일감을 따내지 못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수주 부진은 반등을 노리는 국내 조선업 시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올해 5월 기준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은 모두 15척으로 전세계 선박 발주량(35척)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LNG 운반선 등 고수익·고부가가치 선박들이 선방함에 따른 결과다.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이후 추가 발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러시아 북부 지역 가스전의 2차 야말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쇄빙 LNG 운반선 등 대규모 추가 발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수주 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한국이 압도적인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며 “설계부문 엔지니어링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노력으로 경쟁력을 갖추는게 절실하다”고 전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