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 전복 어선 생존자들 살린 '희망의 소리'
어청도 전복 어선 생존자들 살린 '희망의 소리'
  • 이윤근 기자
  • 승인 2018.07.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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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해경, 사투 끝에 극적 선원구조
전복된 어선에서 선원구조 모습. (사진=군산해경)
전복된 어선에서 선원구조 모습. (사진=군산해경)

전북 군산 어청도에서 전복된 새우잡이 어선의 선원들은 생사가 갈릴 수 있는 절박한 순간에 생존의 희망을 놓지 않게해 준 '희망의 소리'를 들었다.

9일 전북 군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7시께 군산 어청도 남동쪽 약 12km 해상에서 118t급 예인선이 바지선을 끌던 예인줄에 걸려 7.93t 새우잡이 어선이 전복됐다.

당시 전복된 선박에 타고 있다 구조된 선원 이모(59)씨는 “배가 뒤집혀 싣고 끌고 있던 그물이 모두 배를 감싸고 있을 것 같아 밖으로 탈출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선원 모두가 ‘이제는 죽었다’고 생각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죽음이 임박했던 아찔한 순간, 이들은 '죽음에서 삶으로 바뀌는 소리'를 듣는다.

이씨는 “선실에 바닷물은 점점 차 들어와 허리까지 올라왔고, 멀리서 해경 싸이렌이 들이긴 했지만 출렁이는 물소리에 섞여서 분간할 수 없었다”면서 ”그러다 잠시 뒤 해경 구조대의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전복된 배를 '탕! 탕! 탕!'소리가 나게쳤다. 또 생존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해경 구조대입니다. 혹시 안에 누구 있습니까?"라며 목청 높여 소리쳤다.

이씨는 “해경 구조대가 선체를 치는 소리가 마치 죽음에서 삶으로 바뀌는 소리라고 여겨졌다”고 말했다.

해경에서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던 321함 근무하는 김병식 경사도 생존자들 못지 않게 간절한 심정이었다.

김 경사는 "당시 구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구조대가 곧바로 선내에 진입하려 했지만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물이 진입로를 모두 막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해경은 잠수인원을 17명으로 늘리고 그물을 끊어나가며 진입로를 확보했다"면서 "전복된 선박 위에서는 구조대가 계속 선원들을 부르며 안심시켰다"고 했다.

생존자와 해경은 한 마음으로 신속한 구조활동을 전개했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고 그물 끊기 작업은 한 시간을 이어졌다. 이후 오후 9시께, 드디어 해경이 진입로를 확보했다.

구조대 김효철 순경은 뒤로 매는 공기통을 앞으로 밀면서 진입했고 오후 9시 25분께 두려움에 떨고 있던 선원들과 만날 수 있었다.

해경이 최초 구조에 성공한 것은 9시 32분. 마지막 선원이 선내를 빠져나와 해경 구조보트에 옮겨 탄 9시 44분. 12년 같은 12분 동안 해경은 죽음의 문턱에 있던 선원들을 살려냈다.

다만 아직 어선의 선장인 권씨(56)는 실종된 상태다.

박종묵 군산해양경찰서장은 “권씨를 찾기 위해 가용경력을 총동원해 수색에 나서고 있다”며 “해경은 단 1%의 생존 가능성에도 99%의 무게를 두고 수색에 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해경은 실종된 선장 권씨에 대한 수색을 이어나가는 한편 구조된 선원들과 사고 대상선박(예인선)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신아일보] 군산/이윤근 기자

iyg353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