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치니 억하고"… 강민창 前 치안본부장 향년 86세로 사망
"탁치니 억하고"… 강민창 前 치안본부장 향년 86세로 사망
  • 박정원 기자
  • 승인 2018.07.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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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 (사진=연합뉴스)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 (사진=연합뉴스)

1987년 고(故)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발언으로 사인을 은폐하려 한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이 지난 6일 향년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강 전 본부장은 6일 오후 11시40분께 노환으로 숨져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가족장을 치룬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본부장은 1933년 경북 안동시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안동사범학교를 중퇴하고 군에 입대해 전쟁에 참전했으며, 전쟁 이후 경찰에 입문해 1986년 1월 제10대 치안본부장을 맡게됐다.

이후 강 전 본부장은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가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중 고문 끝에 숨진 사건에 대해 박 열사의 사인이 ‘목 부위 압박에 따른 질식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소견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 발표하며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시간이 흘러 경찰이 사인 은폐를 위해 부검의까지 회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강 전 본부장은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1993년 유죄가 확정됐다.

한편 박 열사 고문치사 사건은 대학가와 재야 운동권 등 군사정권에 저항하던 이들을 결집시켜 1987년 6·10항쟁의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1987’에서도 박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면서 사회적으로 크게 화제된 바 있다.

jungwon9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