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후분양 데자뷰, 이제는 끊어내자
[기자수첩] 후분양 데자뷰, 이제는 끊어내자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07.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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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가 정착되려면 선진국처럼 리츠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발달해 건설업체의 금융부담과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

이는 지난 2003년1월17일 한 건설업계 관계자가 모 언론사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정부가 후분양제 확대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재 상황은 어떨까? 애석하게도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무엇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여전히 후분양의 전제조건으로 그에 적합한 금융시스템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답이 없다.

국토부는 지난달 부실시공·시행사의 선분양 제한기준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공공택지 우선공급 및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상향 등의 혜택으로 민간 후분양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논쟁거리인 금융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었다.

그러자 건설업계에서는 또 다시 "후분양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아직도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주택시장 구조는 이렇다. 사업자는 사업계획서를 은행에 가져가는 대신 소비자에게 가져간다. 청약자(투자자)로부터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사업자가 은행에 가지 않는 것은 국내에는 미분양과 시세변동 등 리스크가 큰 주택사업에 대출해주는 은행이 없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지 않는 이상 현 금융구조 하에서 후분양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나 계획을 정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금융시스템 마련이 필요치 않다면 업계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근거를 제시하거나 다른 대안을 보여줘야 한다. 만약 요구가 합당하다면 후분양 확대 계획에 금융구조 개편 계획을 함께 담았어야 했다.

자율주행차 도입을 논하면서 교통·통신인프라 구축 방안을 빼놓을 수 없지 않은가? 지금 정부의 태도는 마치 교통·통신시스템에 대한 대책도 없이 "안전하게 잘 달릴 수 있는 자율차를 만들어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껏 후분양 확대 요구를 공허한 메아리로 만든 책임은 업계보다 정부에 더 크게 있다.

언제까지 '후분양제 데자뷰'를 반복할 할 셈인가. 이제는 끊어낼 때다.

[신아일보] 김재환 기자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