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 상징 ‘금강산관광 10주년’
남북화해 상징 ‘금강산관광 10주년’
  • 오승언 기자
  • 승인 2008.11.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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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이상 중단…관광 주관사 현대아산 피해 역시 눈덩이
현대아산 비상 경영체제…조건식 사장 “풀리는 것은 시간문제” 금강산 관광이 18일 1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은 지난 7월 고 박왕자 씨 피살사건으로 인해 4개월 이상 중단돼 있다.

이로 인해 금강산 관광 주관사인 현대아산의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에 이어 금강호의 첫 출항으로 막이 올랐으며, 2003년에는 육로관광이 시작됐다.

이후 금강산 관광은 서해교전과 북 핵실험 등 수많은 남북 대치국면에서도 꾸준히 이어지며 남북 화해를 상징하는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지난 10년간 금강산을 다녀간 관광객 규모는 200만 명을 넘어서며 현대아산의 주요 매출인 동시에, 북측에도 중요한 외화 수입원이 돼 왔다.

◇”금강산 관광중단 남측피해 1000억” 그러나 지난 7월 관광객 피살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의 기약 없는 중단에 따라, 현대아산을 비롯한 남측의 피해는 약 1000억 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7일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정책토론회 발표문을 통해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발생한 지난 7월11일부터 3개월간 현대아산의 매출 손실은 700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33개 민간 협력업체의 손실 ▲연계수익을 올렸던 속초, 고성지역의 여행, 숙박, 음식업계의 손실 ▲금강산관광지역 시설투자 손실을 합해 넉 달 평균으로 추산하면, 남측의 피해규모는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연말까지 관광 중단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대아산의 피해액은 1000여억 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현대아산의 지난해 총 매출액 3000억 원의 33%에 달하는 액수”라고 지적했다.

◇매출손실 보전위해 4개월째 비상경영체제 실제로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 10주년을 맞는 현재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편이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직원 20%의 재택근무 ▲임원 급여 삭감 ▲간부 상여금 삭감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인한 매출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건설부문 등 다른 사업분야의 매출 상승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지난 17일 기자들을 만나 관광 중단에 따른 손실 복구 대책에 대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건설 등 기타 사업부문에 주력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 사장은 “건설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관급공사부문을 중심으로 수주해 700억 원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고 강조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현 회장에 대한 북측 신뢰 각별” 이날 조 사장은 금강산 관광 중단의 ‘해결사’로 사장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조 사장은 “현정은 회장에 대해 북측이 각별한 신뢰를 표명하고 있다”며 “(금강산관광 중단이) 풀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현대아산으로서는 관광 중단 4개월 만에 나온 가장 긍정적인 전망이다.

이어 조 사장은 “남북 경협의 큰 틀은 아직 건전하다”며 “북측도 금강산 관광 중단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사장은 “남북 당국간의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조 사장은 “기업 자체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10주년 기념식, 고 정몽헌 회장 묘소에서 결의대회로 진행 한편 현대아산은 오는 18일 금강산관광 10주년을 맞아 임직원 250명이 하남시 창우동에 위치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묘소를 찾아 참배한다.

현대아산 측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남북공동행사 개최가 어려워짐에 따라 모든 임직원이 묘소를 직접 찾아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것이 의미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조 사장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불굴의 현대정신을 살려 현재의 위기 극복을 위한 의지를 두 분 회장님 앞에서 다시 한 번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힘을 합쳐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제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금강산 관광은 10년 만에 무기한 중단이라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10년간 끊임없이 대북사업의 선봉장으로 나섰던 현대는 그룹의 사활을 걸고 다시 한 번 굳게 닫힌 길을 열어야 할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