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과 북미 정상의 연이은 회담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7월 출범한 민선7기 지자체들도 서둘러 남북교류 전담조직을 확대하고 남북교류사업 구상을 밝히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도 통일 담론이 활발하다. 하지만 통일에 대한 감성적 접근만 되풀이 될 뿐 현실적인 통일 대비가 부족해 아쉬움이 크다.
그동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다. 분단 65년 동안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합창하면서도 세대별로 생각하는 통일의 그림은 너무 달라 보인다.
우선 헤어진 가족을 찾는 일이 생애 마지막 소망인 실향세대에게 통일은 죽기 전에 밟아야 할 고향 땅과 만나야 할 피붙이가 최우선이다. 반공이데올로기 교육을 받으며 산업화와 수출역군만이 애국이었던 중장년세대에겐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경제적 타산이 가장 먼저일 것이다.
전 세대와 달리 스포츠 경기에서 남북단일팀을 응원해본 10~20대 청년세대에게 통일은 ‘섬나라 한국’을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꿈이다.
통일에 대한 그림은 세대뿐만 아니라 계층마다 큰 격차를 보인다. 통일에 대한 방향이나 방법에 대해 사회적 대통합이 절실한 이유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 따르면, 20대 중 북한을 협력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지난 2007년 78.5%에서 지난 2016년 43.1%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 6월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최근 리얼미터의 설문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비핵화 및 평화정착 의지에 대한 20대 응답자의 신뢰도가 종전 9.8%에서 58.7%까지 상승했다.
통일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 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통일에 대한 정의 재정립과 어떤 방향과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온 국민이 이해하고 합의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일의 속도는 그만큼 더디고 험난해질 것이다.
일단 통일을 염려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과다한 통일 비용을 언급한다. 독일의 통일과정을 예로 들면서 통일비용이 남한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지도 모른다는 주장한다. 하지만 독일통일과 남북통일은 등식화 할 수 없는 사례다. 서독지역의 복지제도에 과다한 지원을 해야만 했던 통독과정은 우리와는 다를 수밖에 없는 모델이다.
통일의 방향과 방법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주요 포인트다. 그동안의 통일은 ‘흡수통일’이 전재조건이었다. 그러나 서로를 반목하면서 악마화 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 남과 북은 평화와 번영이란 가치 아래 서로 상생하는 통일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논의돼야할 통일은 ‘단일민족, 단일국가, 단일체제’라기 보다는 사실상 ‘국가연합’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경제기반 국축과 개방 확대, 실질적 투자단계로 나누는 3단계 경제통합론도 통일에 한 발 다가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