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40억 '제2의 월급'처럼 사용된 국회 특활비
3년간 240억 '제2의 월급'처럼 사용된 국회 특활비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8.07.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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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대표 월 6천만원·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 600만원 받아가
국회의장 해외 출장에도 수천만원… 참여연대 "최근 내역 공개해야"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국회의원들이 아무런 감시와 통제 없이 특수활동비를 마치 '제2의 월급'처럼 받아 사용해 온 사실이 공개됐다.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나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직접 쓰이는 경비로, 사용용도를 엄격히 제한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특활비 내역은 이와는 거리가 먼 '깜깜이 쌈짓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국회 특활비로 지급된 돈은 2011년 87억원, 2012년 76억원, 2013년 77억원 등 약 240억원이다.

올해 예산안 편성에선 국회 특활비가 작년보다 약 19억원 감액된 62억원 정도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연대는 "출장비와 의전비, 각종 진행 경비 등 이해하기 어려운 쓰임새를 들어 제2의 월급처럼 특활비를 받아갔다"고 지적했다.

국회 특수활동비는 △ 의정지원 △ 위원회 운영지원 △ 의회외교 △ 예비금 등 4개 항목 순으로 많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는 한 해 의정지원에 41억원, 위원회 운영지원에 22억∼27억원, 의회외교에 5억∼6억원, 예비금에 6억∼11억원을 사용했다.

특히 교섭단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들은 '특수 활동'을 했는지와는 관계 없이 특활비를 매월 수령해갔다.

특수활동 수행, 위원회 활동 여부와 관계 없이 교섭단체대표들은 매월 6000여만원, 상임위원장이나 특별위원장은 매월 600만원씩을 받아갔다.

이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와는 달리 매월 1000만원을 따로 받아 간사, 위원, 수석전문위원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설특별위원회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에도 매월 600만원이 배정됐다.

국회의장의 해외 출장에도 의회외교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다.

박희태 전 의장은 5회에 걸쳐 28만9000달러, 강창희 전 의장은 6차례에 걸쳐 25만8000달러를 사용했다.

참여연대는 "의장단의 의회외교는 필요한 영역이나 한 차례 해외 순방을 갈 때마다 국회 특수활동비에서 5만∼6만 달러를 지급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3년간 가장 많은 특활비를 수령한 곳은 '농협은행(급여성경비)'으로 2011년 18억, 2012년 20억, 2013년 21억원을 수령했다.

전체 특수활동비의 4분의 1을 차지하지만 누가 이 계좌에서 얼마나, 어떤 목적으로 인출해 갔는지 알 수 없다.

국회사무처가 제출한 자료에는 1차 수령인만 나와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회사무처는 지난 5월9일 참여연대가 추가 제기한 2014년부터 2018년 4월30일까지 특활비 내역 정보공개청구를 비공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국회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2014년부터 최근까지의 특활비 집행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ga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