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득 양극화 ‘코끼리의 코’ 낮춰라
[기자수첩] 소득 양극화 ‘코끼리의 코’ 낮춰라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7.0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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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랑코 밀라노비치 교수의 ‘코끼리 곡선’은 소득 수준에 따른 실질소득 증가율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전 세계인을 소득 수준에 따라 100개 분위로 나눈 그래프 좌측 하위층에서 중위층까지는 상승하다 상위 70~80 분위에서 하락한다. 이어 최우측 소득 상위층에서 급격히 상승해 마치 코끼리가 코를 치켜들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

지난달 27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가 내한해 언급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이 코끼리 곡선이 화두에 올랐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이날 전경련이 주최한 특별대담에서 “부의 분배는 상상보다 훨씬 불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밀라노비치 교수의 코끼리 곡선이나 폴 크루그먼의 진단을 개별 국가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공통점은 소득 양극화에 따른 불평등 심화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는 점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의 스타성을 반영하듯 이날 대담 후 많은 언론사에서는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한국의 최저임금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한 마디가 가장 큰 이슈로 등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생산성이 동반되지 않은 최저임금 인상은 무리’라고 해석했다. 이는 폴 크루그먼 교수도 언급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득’을 전제한 점도 폴 크루그먼 교수의 의견이었다. 특히 코끼리 곡선에서 상위 70~80분위의 블루칼라 노동자 계층의 급격한 하락세에 대해 “실질소득이 증가하지 않았다”며 “1970년대 이후 많은 부가 축적되고 성장도 이뤄졌지만 노동 계층과 공유되지 못했고 공유되지 못한 부가 어디로 향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최상위층이다”고 지적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의 불평등 추세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각자 생각하는 해법은 다를 수 있고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이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단순한 양극화가 아닌 ‘소득’ 양극화가 가져오는 불평등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 반대만을 외친다면 한껏 높아진 코끼리의 코는 더 높아질 것이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