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 다루다 퇴사…법원 ‘이례적’ 전직금지 판결
핵심기술 다루다 퇴사…법원 ‘이례적’ 전직금지 판결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7.0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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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플 직원 협력업체 취업 시도…위반시 하루 1000만원 배상도
중국업체 재직 한국 인력 1300명…최근 노골적 기술 유출에 ‘경고’
(사진=신아일보 DB)
(사진=신아일보 DB)

국가 핵심기술을 다루다 퇴사한 직원이 해외 경쟁업체로 전직을 시도하자 국가에서 이례적인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최근 중국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술과 인재를 빼내려는 움직임에 대해 경고 조치를 취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법(민사31부)은 지난 4일 삼성디스플레이에 재직하다 퇴사한 A씨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제기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 재판에서 "퇴직 후 2년간 경쟁사나 그 협력사에 취업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A씨는 퇴사하는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경쟁사 취업과 함께 재직시 얻은 영업자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퇴직 당시 국내 선박안전관리회사에 취업하겠다는 말과 달리 중국 청두에 있는 청두중광전과기유한공사(COE)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사는 BOE의 협력업체로 대주주가 BOE와 같으며 공장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

법원의 판결은 A씨가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하루에 1000만원씩 삼성디스플레이에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법원이 해외 경쟁사로의 사실상 위장취업을 위한 협력업체 우회 취업 경우에 대해 전직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그만큼 최근 우리나라 핵심기술 인재 유출이 경계해야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현지 반도체 업체에 일하는 우리나라 인력은 1300여명에 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중국으로 이직해도 2년 내지 3년 재직 후 ‘버려진다’고 하지만 제시하는 연봉이 워낙 커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IBK경제연구소가 지난 1월 발표한 ‘반도체 산업 호황의 그림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8년 정도의 설계경력이 있는 국내 반도체 설계인력을 재직당시 연봉의 5~8배 수준을 제시하며 인력을 유치하고 있다. 2년 내지 3년이면 국내에서 20년 재직한 수준의 돈을 벌 수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출신 고위 임원이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에 입사한 사실도 알려졌다. 시스템LSI는 삼성전자가 취약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부서다. 삼성전자에서 제조라인 없이 R&D만을 하는 사업부는 시스템LSI 사업부 뿐이다.

인력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회사 YMTC가 삼성전자와 거래하던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등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를 대상으로 반도체 장비 공급 및 인력수급을 요청했다. YMTC는 이때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 공장에서 3D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해 사용하는 장비 일체를 그대로 공급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중국의 움직임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신아일보] 김성화 기자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