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국민들에게 기쁨이 되고 즐거움이 돼야 하는데, 4년마다 국민들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있습니다.” 이는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이 멕시코 전이 끝나고 한 논평이다. 그런데 독일 전이 끝나자 “정말 우리 후배들이, 대한민국 축구가 자랑스럽습니다”로 바뀌었다. 1%의 기적이라 하기도 하고, 한국이 독일을 2대0으로 이길 확률보다 독일이 한국을 7대0으로 이길 확률이 더 높다는 해외 평가가 무색하게, 우리 축구대표팀이 독일에게 2대0으로 기적 같은 승리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멕시코 전이 끝난 지 불과 5일 만에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지난 2차례 경기에서 나타났던 무기력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독기에 가득찬 눈빛과 반드시 이기고 말겠다는 결기가 우리 대표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그 결과가 1%의 기적을 창출해 낸 것이다.
모든 스포츠는 전쟁과 같아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그래서 손자는 “승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했다. 문제는 어떻게 그리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하기를 지난 두 경기에서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고, 독일전에서는 그것을 했기 때문이라 한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축구 변방국인 한국을 4강까지 올려놓았다. 히딩크 감독은 부임하면서 한국 축구의 길은 전후반 90분은 물론 연장전까지 끝까지 뛸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의 함양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어차피 한국이 유럽선수들보다 체격 조건이 좋을 수 없고, 남미 선수들보다 개인기가 뛰어날 수 없기에, 처음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 때 까지 끊임없이 뛸 수 있는 체력과 조직력을 강조한 것이다. 더구나 히딩크는 실력이 중요하지 인맥이 중요하지 않다면서 박지성·이영표와 같은 숨은 보석들을 발굴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두었다.
우리 국민들은 경기에서 이기고 진 것을 두고 나무라거나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때 칭찬하는 것이며, 그 때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바로 한국 축구와 같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실패라는 말보다 폭망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였다. 한동안 정치권의 격언에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제 거꾸로 분열이 자유한국당의 일상사가 돼 버렸다.
더구나 잘 할 수 있는 것을 단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첫째가 산뜻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책 개발에 있다. 과거에는 다소 황당하지만 747공약이나, 줄푸세 공약을 내놓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단 하나의 대표 공약도 이슈화시키지 못했으니 폭망해도 싼 것이 아닌가?
두 번째는 선거 때 마다 새로운 인재의 발굴과 수혈을 통한 세대교체였다. 그런데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소위 올드보이들의 전시장이었으며, 선대위원장 역시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뿐이었다. 글자 그대로 망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대로 간다면 자유한국당은 다음 총선에서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른다. 자유한국당이 다시 살아나고자 한다면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되새겨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