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사형부터 전쟁까지 청원… 무분별 청원 남발에 인신공격 '몸살'
靑 "실명제는 2012년 폐지… 분노 표출 부분은 더 세심하게 관리할 것"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국정철학을 반영하고자 도입한 청와대 국민 소통의 수단인 '국민청원' 게시판이 '익명성' 뒤에 숨은 일부 도 넘은 악성글로 몸살을 앓고있다.
4일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답변이 완료된 국민청원은 '유기견 보호소 폐지 중단', '티비조선 종편 허가 취소' 청원 등 36건이다.
또한 '무고죄 특별법 제정 촉구',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 등 5건의 청원이 답변 대기 중이다.
국민청원은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추천하는 청원에 대해 관련 부처 장관이나 대통령 수석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관계자가 답하는 방식이다.
실제 '낙태죄 폐지', '소년법 개정' 등 몇몇 담론은 국민적 공감을 얻어냈고,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국민청원이 목적을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배우 배수지씨가 이른바 '피팅모델 성추행'을 주장한 유튜버 양예원씨를 지지한 것을 두고 '수지의 사형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이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또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했던 특정 국가대표 선수의 '국외 추방·태형·사형' 등을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했다.
한국과 스웨덴전에서 1:0으로 패한 직후에는 '스웨덴과 전쟁원 청원한다'는 황당한 청원까지 나왔다.
이 같은 역기능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익명성이 꼽히고 있다.
익명으로 손쉽게 글을 올릴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욕설과 혐오적 표현을 담은 글이 무더기로 게시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분별한 청원 남발과 인신공격 등 역기능이 부각되자 최근에는 '실명으로 운영해달라', '폐쇄해달라'는 청원도 나오고 있다.
처음 도입했을 때 취지를 살리기 위해 청원 실명제와 신고 기능 등 구체적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tbs 의뢰, 27일 501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운영에 대한 질문에 '운영 지속'이 60.3%를 차지했다.
운영 지속을 답한 국민 중 '현행 그대로 유지'라는 답변이 20.1%, '실명제 도입 등 개편'은 40.2%로 나타났다.
국민의 60.3%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는 하지만 이들 중 40.2%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셈이다.
이어 사회 갈등을 조장하므로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전면 폐지' 응답은 32.0%, '잘모름'은 7.7%로 조사됐다.
다만 청와대 측은 익명으로 운영되는 현행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제점은 있으나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하루에 수백건의 국민청원이 올라오고 있으며, 그 중 문제가 되는 게시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형 청원' 등과 같은 문제성 게시글은 즉시 삭제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익명성을 유지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헌재의 위헌 판결으로 폐지됐다"며 "개선이나 보완할 것이 있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계속 고심 중"이라고 답했다.
당시 헌재는 '실명제로 인해 불법 정보가 감소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장 운영방법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또 이 관계자는 "아껴주시는 만큼 지나치게 과도한 표현은 자제해줬으면 한다"며 "일부 분노가 표출되는 부분은 저희가 더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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