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묻지마 칼부림' 참사 막은 의인들
'고속버스 묻지마 칼부림' 참사 막은 의인들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8.07.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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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왼쪽)·유순주 씨. (사진=연합뉴스)
이상호(왼쪽)·유순주 씨. (사진=연합뉴스)

‘고속버스 묻지마 칼부림’ 사건 당시 용감한 대처로 더 큰 피해를 막은 시민들이 화제다.

3일 하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11시 50분께 하동군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던 고속버스에서 승객 A(21·여) 씨가 난데없이 차량에 탑승해있던 B(44)씨를 흉기로 찌르기 시작했다.

당시 A씨는 B씨의 얼굴 부위와 목을 수차례 찔렀고, B씨는 "살려달라"고 고함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버스에 탑승했던 승객 이상호(22·전남대 2학년 휴학)씨가 두 사람을 발견했고, 즉각 A씨에게 달려들어 흉기를 뺏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이미 흥분한 상태였던 A씨는 격하게 반응해 제압하기 쉽지 않은 상태였다. 이씨는 다른 승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다른 승객은 달려와 A씨의 한쪽 팔을 제압했다.

이어 운전기사가 버스를 세웠고 이씨는 흉기를 쥔 A 씨 손가락을 하나씩 떼 흉기를 떨어트린 다음 A씨를 완전히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이씨 등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A 씨를 인계했다. 당시 이씨 옷은 B씨가 흘린 피로 흠뻑 젖어있는 상태였다.

이씨는 "피해자가 너무 많이 다친 상황이어서 흉기를 뺏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제압하는 과정에서 버스 좌석에 긁혀 약간 찰과상만 입었다. 피해자가 무사하다고 해서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씨 만큼이나 이번 사건에 용감했던 시민이 있다. A씨에게서 벗어난 B씨가 피를 흘린 채 버스 밖으로 피신하자 B씨를 태우고 휴게소로 옮겨준 유순주(47·여)씨다.

유씨는 당시 정차된 고속버스 주변을 달리다가 B씨를 발견하고 곧바로 뒷자석에 태운뒤 인근 섬진강휴게소로 이동했다.

휴게소에 도착한 유씨는 곧바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에 신고해 휴게소로 와줄 것을 요청했다.

경찰과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유씨와 휴게소 직원 일부는 의식을 잃어가는 B씨에게 계속 말을 걸거나 이불을 덮어주는 등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피해자가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어 한순간 무섭기도 했지만 '아들도 하나 있고 살아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도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이씨와 유씨, 일부 휴게소 직원에 대해 감사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시 버스에는 15명가량이 있었는데 이 씨 등 도움이 아니었다면 B 씨가 더 큰 화를 입었을 수도 있었다"며 "B 씨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준 시민들에게는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씨가 5년 전부터 조울증 치료를 받고 치료제를 복용하다가 올해 초부터 약 6개월간 복용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신아일보] 박소연 기자 thdus524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