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바뀌는 헌재… '군대 내 동성애' 판단은
분위기 바뀌는 헌재… '군대 내 동성애' 판단은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7.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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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대체복무 도입' 결정… 군형법도 '이목집중'

최근 법조계 안팎에선 군인들끼리 합의된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헌재가 대체 복무와 관련해 10여년 만에 과거와 다른 전향적 판단을 내리면서 해당 조항에 대해서도 판단이 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헌재에는 인천지법이 지난해 2월 17일 군형법 92조의6(추행)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건이 1년 넘게 계류돼 있다.

군형법 92조의6은 '1조 1항부터 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군인·군무원·사관생도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 조항이 군대 내 동성애 행위를 처벌해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군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비판이 수차례 나왔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과 관련한 재판에서 2002년과 2011년, 2016년 3차례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군 내부의 건전한 공적 생활과 성적 건강을 유지하는 등 군기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이라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그러다 지난 2월 22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9단독 양상윤 판사는 군형법 제92조의6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 예비역 중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 판사는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성관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군의 기강을 해친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이 법을 동성간 군인의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에는 인천지법 이연진 판사가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의 항문성교 및 그 밖의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같은 이 조항을 둘러싼 행보는 최근 헌재가 합헌을 결정해 이목을 끌었던 병역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병역법 역시 헌재가 여러번 합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하급심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일선 판사가 무죄를 선고하는 등의 모습이 계속되다 최근 헌재의 판단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당초 헌재는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 8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해당 병역법 조항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002년 당시 남부지법 판사였던 박시환 전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형사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다.

이어 2004년 이정렬 당시 남부지법 판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첫 무죄 선고를 내렸고, 이후 2015년 6건, 2016년 7건, 지난해 45건, 올 상반기 28건 등 무죄 선고가 급증했다.

이후에도 전국 곳곳의 재판정에서 판사들은 신념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헌재는 지난달 28일 병역법 88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법원이 낸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을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법조항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으나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과거의 판단을 뒤집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병역법과 관련해 2011년 이후 7년 만에 변화된 결정을 내린 헌재가 군대 내 동성애에 대해서도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