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후분양 도입 우선 과제 '금융구조 개편'
민간 후분양 도입 우선 과제 '금융구조 개편'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07.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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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전문가 "투자은행 PF 활성화 없인 불가능"
완공 후 분양 아니면 품질확인 등 취지 무색 지적도
지난달 경기도 의왕시에서 개관한 아파트 견본주택 현장.(사진=A건설사)
지난달 경기도 의왕시에서 개관한 아파트 견본주택 현장.(사진=A건설사)

정부가 공공택지 우선공급과 대출지원 등 유인책을 통해 민간 후분양제 확대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투자은행 PF를 통한 사업비 조달 등 근본적인 금융구조 개편 없이 후분양제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2일 건설업계는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8일 '제2차 장기 주거종합계획 수정안(2013~2022)'을 통해 발표한 후분양제 확대 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냈다.

국토부는 후분양제 도입하는 민간건설사에 공공택지를 우선공급하고, 주택도시기금 대출 한도를 상향하는 등의 유인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어떤 인센티브를 제시하든지 주택공급시장의 금융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후분양제 도입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선분양과 후분양 문제의 핵심은 건설사가 사업비를 누구로부터 조달받는가 하는 부분, 즉 금융구조에 있다"며 "소비자와 기업에 후분양이라는 선택을 주는 것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은행 PF(프로젝트파이낸싱) 활성화 등 금융구조 개편이 이뤄지지 않고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장기적으로 후분양제가 도입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다만, 국내 기업들의 훌륭한 시공능력에도 불구하고 금융구조가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며, 특히 투자 리스크가 심한 주택분야의 경우 상환능력이 확실한 대기업 외에 은행권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후분양제 도입을 위해 투자은행의 PF상품처럼 대출자의 신용도나 물건·채권담보 대신 사업계획상 수익성을 검토해 투자하는 금융투자기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업은행 중심의 금융구조상 기업이 좋은 사업계획안 갖고 있더라도 투자받을 수 있는 은행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부터 중견·대기업 관계자들은 은행권으로부터 사업비 조달이 가능하다면 굳이 선분양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계약금을 통해 사업비(담보)가 마련됐거나, 상환능력이 확실한 대기업이 아니면 대출을 해주지 않는 현 금융구조 때문에 선분양 말고는 사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정부가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사진=신아일보DB)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단지.(사진=신아일보DB)

한편, 전문가들은 완공 후 분양하는 '완전한 후분양'이 아니면, 부실시공방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공정률 60% 혹은 80% 시점에서도 하자보수 수요가 집중된 마감재 등의 품질상태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정률이 60%든 80%든 시공품질을 판단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완전히 다 지어진 후 분양하는 진정한 후분양이 아니라면 주택소비자의 편익을 보장하고 부실시공을 방지하겠다는 정부의 정책목표 자체를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