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노동제의 시행으로 국민 생활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과다한 시간 일을 하는 한국으로서는 주52시간 전격 시행으로 노동, 소비, 여가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일대 변혁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04년 도입된 주5일 근무 못지않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7월1일부터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국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는 주52시간 이상 일을 시키면 사업주의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근로시간 위반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이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다만, 지난달 20일 당·정·청회의 결과에 따라 올해 말까지 6개월 동안 계도기간이 설정된 만큼, 당장 근로시간 위반이 사업주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최근 일자리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에 대해 수정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국민 모두가 일과 생활이 균형 잡힌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담겨있다.
‘주52시간제’는 문재인정부가 얻은 주요 성과 중의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비록 경제·산업계의 제안과 요구로 6개월간의 계도기간이 설정됐지만 7월 시행은 험난한 고비를 넘고 얻어낸 결실이다. 최근 노동계가 6개월 계도기간은 ‘후퇴’라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점진적 시행이라도 노동 정책에 주요 터닝 포인트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주52시간제는 처음에는 요원해 보였다. 정부의 정책의지는 확인되지만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에 익숙한 우리 경제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수출원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논리를 불러일으킬게 뻔했다. 산업계에서는 임금상승으로 수출원가 경쟁에서 뒤쳐진다고 반발했고, 일부 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가혹한 정책’으로 수출기업들을 옥죄고 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경쟁력과 직결돼 기업의 흥망을 좌우한다는 논리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일부 노동집약적 기업이 인건비 상승으로 단기적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는 요소는 결코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일하는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적당한 휴식과 충전이 노동성과를 증진시킨다는 사례의 검증이 이미 차고 넘친다.
만일 근로시간이 절대적인 요소가 되는 기업이라면 국내보다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이전하는 게 맞다. 생산성 제고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노동력 착취를 일삼는 기업이라면 더 이상 한국 땅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없게 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지난달 27일 전경련이 주최한 특별대담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촐 크루크먼 교수는 우리나라 근로시간에 대해 ‘주52시간은 선진국 대비 많은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수십 년 전부터 40시간인데 현재의 한국은 1950년대 미국에 비하면 매우 부유함에도 주52시간이란 근로시간은 굉장히 길다고 덧붙였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근로시간을 택하는 ‘선택근로’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유시장의 선택만으로는 국민의 ‘최소한의 삶의 균형’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부의 근로시간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