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소득 양극화, 세 가지 덫 극복해야"
폴 크루그먼 "소득 양극화, 세 가지 덫 극복해야"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6.27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극빈국가의 덫’, ‘선진국 노동계층 덫’, ‘중위소득 국가의 덫’으로 설명
최저임금 "만병통치약 아니며 적정 수준 유지해야… 생산성에 따라 다르게 다가갈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뉴욕시립대 폴 크루그먼 교수가 양극화의 현상의 ‘세 가지 덫’을 극복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 중 블루칼라 노동계층의 소득 하락을 언급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27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특별대담에서 폴 크루그먼 교수는 “소득 양극화를 유발한 덫은 ‘극빈국가의 덫’, ‘선진국 노동계층 덫’, ‘중위소득 국가의 덫’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가 이날 발표한 기조연설은 우리가 지금껏 지적한 사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간단하게 말하면 ‘성장열매의 독식’이다.

성장열매가 어디로 몰렸을까? 폴 크루그먼 교수는 밀라노비치의 ‘코끼리 곡선’을 이용해 설명했다. 코끼리 곡선은 세계화가 활발히 진행됐던 1988~2011년 전 세계인을 소득 수준에 따라 100개의 분위로 나눠 실질소득 증가율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곡선이다. 이 곡선을 보면 좌측에 놓인 소득 하위층에서 중위층까지는 상승하다 한 번의 하락을 겪은 후 최우측의 소득 상위층에서 급격히 상승한다. 하락을 겪는 중산층은 블루칼라 노동계층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중위층의 성장은 중국과 개발도상국의 성장에 기인하고 있다”며 “하지만 극빈층과 중위층, 중위층과 상위층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으며 상위층의 급격한 소득 성장은 40년, 50년 전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소득 최하위층인 극빈국가의 덫은 커지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끼어들지 못하며 성장을 이뤄내지 못한 국가들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아직까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성장 기적을 본 적은 없다”며 “여전히 많은 국가와 사람들이 경제 개발에 실패하는 사례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주목된 내용은 노동계층의 덫이었다. 노동계층의 덫에 대해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경제는 과거부터 항상 성장하고 있었지만 1970년대 이후 노동계층의 실질소득은 증가하지 않았다”며 “노동 계층과 성장이 공유되지 못하고 있으며 성장의 열매가 어디 갔느냐고 물어본다면 답은 ‘최상위층’이다”고 밝혔다.

이어 폴 크루그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최근 최상위층의 삶은 다른 세상을 누리고 있다”며 “최상위 엘리트가 다른 사람들과 분리가 되고 있으며 한국도 경제성장을 이뤘고 많은 사람들이 분배를 통해 생활이 개선됐지만 그런 개선이 과거와 같은 수준은 아니라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분배의 악화는 미국에서 많은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부가 축적됨에도 평균수명은 단축되고 특히 노동계층 일부에서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201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 교수는 마약과 알콜중독, 자살을 꼽았고 “이런 절망적 상황에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임금 정체 때문”이라 분석했다고 폴 크루그먼 교수는 언급했다.

최근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논란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에서도 임금 수준을 변경하는 ‘사전분배’와 세수를 활용해 하위계층을 보조해 삶의 질 향상시키는 ‘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며 “미국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달러 75센트에서 12달러로 인상하는 것이 뉴욕이나 캘리포이나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시애틀은 실제로 반영을 했고 문제가 없었지만 엘라배마나 미시시피 등 생산성이 낮은 주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폴 크루그먼 교수는 “적정한 정도를 유지해야하며 한국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1997년과 1998년 아시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는 아시아를 ‘중위소득 국가의 덫’에 빠지게 만들었다. 외환위기 후 아시아 지역 국가 상당수가 과거 성장률을 회복했지만 몇몇 국가들은 과거에 가졌던 역동성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외환위기 전 선진국으로 진입될 것이라 예상됐던 말레이시아나 태국 같은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제도든,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요소들 때문이든 중산층을 벗어나지 못하는 덫에 빠진 것”이라며 “한국이 ‘중위소득 국가의 덫’ 예외 사례에 가장 근접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들은 중위국가를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