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노인인권 전담 국제기구인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가 26일 한국에서 문을 연다. 센터는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 회원국 간 노인문제를 해소하고 노인의 인권 보호의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세계는 빠른 고령화와 함께 상당수 국가가 심각한 노인인권 문제를 안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노인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노인인구는 21억 명으로 세계 인구에서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난해 8월을 기점으로 65세 이상이 전체인구의 14%에 달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인권의 주요 이슈는 질병과 빈곤, 폭력, 학대, 방임 등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2017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노인 학대 신고건수는 1만3309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노인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4622건으로 2016년 4280건보다 8% 늘어났다.
사실 고령화 사회는 경제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인 등 부양해야 할 인구가 많아지면 생산가능인구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낮은 출산율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는 고령화 부담이 곱절로 늘어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하다.
하지만 노인이 사회적으로 거추장스럽고 배척돼야만 하는 대상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노인은 사회적 자산으로 평가돼야 한다.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다면 청년 못지않은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노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유통업계에서는 경제적 여유를 토대로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60세 이상 ‘젊은 노인’이 새로운 ‘블루슈머’로 부상했다. 장기불황으로 2030세대가 지갑을 닫는 사이에 젊은 노인이 소비 주역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고객 중 60세 이상 비중은 10%를 넘어섰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2010년 8%에서 지난해 10.4%로 늘었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12.8%, 13.0%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사회·경제적 비중을 따져본다면 더 선명해진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일본 가계의 경제구조 변화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60세 이상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전체평균대비 78.4%에 달했다. 은퇴 전에 100만원을 벌었다면 은퇴 후에도 78만4000원의 소득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결과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일본에서는 노인층이 되레 소비를 주도하면서 인구감소에 따른 소비부진을 일부 상쇄했다.
이는 자산축적 상황이 양호한데다 연금 및 보험소득을 받고 있고 기존 돌봄이나 부양 대상이 아닌 능동적 경제활동 주체로서 여가와 자기계발, 사회활동 등에 적극적인 소위 액티브시니어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층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고령화로 인해 신체적으로 생산성은 떨어지지만 축적된 지식과 경험, 자본을 중심으로 노인 스스로가 사회적 쓰임새를 찾는다면 결코 ‘천덕꾸러기’ 노인이 아닌 당당한 노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물론 취역한 노인 인권을 보호하는 사회적 장치의 개발과 국제법 차원에서 노인의 권리를 규정하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