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규제 실효성 없다…14조원, 평균 700억원 몰아줘
일감몰아주기 규제 실효성 없다…14조원, 평균 700억원 몰아줘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6.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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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실태조사 결과, 지분율 회피 노력 드러나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지난 2014년 일감몰아주기를 대상으로 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시행됐지만 효과가 기대이하에 머물고 있는 나타났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익편취 규제 도입 이후 내부거래실태 변화 분석결과’에서 “규제대상 회사 내부거래 비중은 일시 하락했다 증가세로 반전됐으며 사각지대 회사들은 처음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규제대상을 상회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규제 도입 당시 상장사와 비상장사간 규제격차를 설정한 취지와 달리 상장회사에서 내부거래 감시장치가 실제로 작동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자료에 따르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2014년 159개에서 2017년 203개로 늘었으며 내부거래 비중은 규제 도입 전 15.7%에서 규제 도입 직후인 2014년 11.4%로 감소하다 2017년 14.1%로 늘었다.

거래금액은 2013년 12조4000억원에서 2017년 14조원으로, 1개 기업당 평균 내부거래 금액은 8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규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2014년부터 줄곧 규제 대상이었던 56개사의 경우 2013년 내부거래 금액 4조원, 평균 700억원이었지만 2017년 6조9000억원, 평균 1200억원으로 오히려 규제 이전보다 늘었다.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적용되며 상장회사는 지분율 30% 이상, 비상장회사 20% 이상이다.

이를 기준으로 한 조사를 보면 많은 기업들이 지분율 요건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며 내부거래 비중을 늘려갔음을 알 수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 20~30% 기업 중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은 2014년 25개로 거래금액은 5조8000억원, 1개 기업 당 평균 200억원, 내부거래 비중 5.3%였다. 2017년은 24개로 수는 비슷하지만 거래금액은 6조5000억원, 평균 금액은 3000억원, 내부거래 비중은 7.1%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20~30% 구간 상장사 내부거래 비중이 낮은 것은 외부 매출액이 매우 큰 일부 회사가 포함된 결과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7년의 경우 전체 24개 회사 중 매출액의 43%를 차지하는 삼성생명과 이마트 내부거래 비중이 약 2~3%에 불과하며 나머지 22개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0.5%로 높다. 2016년도 전체 20개 회사 중 매출액 57%를 차지하는 삼성생명, 롯데쇼핑, 이마트 3개 회사 내부거래 비중이 2% 내외에 불과하며 나머지 17개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2.4%다.

특히 30% 지분율을 회피한 29%~30% 지분율의 비규제대상 기업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2014년 지분율 29~30%에 해당하는 기업은 6개로 내부거래 규모는 전체 3조3000억원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은 20.5%로 조사 대상 중 가장 높다. 이는 3년 후에도 다를 바 없다. 2017년 기준 4개 기업이 전체 3조2000억원과 21.5%의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을 보였다.

사익편취 규제 회피를 위한 기업의 움직임은 지분율 조정을 통해 규제를 회피한 8개 기업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와 SK&D㈜ 등 규제 도입 이후 지분율 하락 등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회사 중 계열사로 남아있는 8개사는 규제 도입 당시부터 계속해 규제 대상 기업보다 내부거래 비중‧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제외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모회사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는 규제 대상 기업의 자회사들도 규제 도입 당시는 물론 그 이후에도 규제 대상 기업과 유사한 수준의 내부거래 규모와 비중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된 후 그 취지에 막는 실효성을 보여주지 못했음을 증명해준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과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현재 운영 중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에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며 향후 토론회‧간담회 등 외부 의견수렴을 거쳐 공정위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