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대신해 김성태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아 중앙당 해체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당내 혼란만 가중시켰다.
당헌에 따라 그 권한을 행사했다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혁신안을 발표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 수습을 위해 마련한 의원총회에서는 계파갈등이 폭발했다. 반성하고 참회하는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당이 이번 선거에서 왜 패했는지 그 이유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보수를 대표한다는 한국당이 한가하게 계파 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 인가. 정신 못 차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문구의 플래카드를 펼쳐놓고 전 의원이 국민 앞에 무릎꿇고 사죄한 것이 엊그제인데, 결국 '무릎쇼'에 불과했던 것일까.
보수 성향의 정치 평론가들은 "칠 목이 아직 남아 있던가"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친박계로 불리는 의원들의 목도 그때 함께 잘려나갔다. 해당 의원들만 모를 뿐. 총선이 실시되지 않아 확인 사살이 안되고 있을 뿐"이라고.
'김성태 혁신안'에는 외부인사 중심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담겨있는데, 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을 당시에도 외부인사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재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명 변경 또한 당내 의원들은 그대로인데 이름만 바꾼다고 될 일이겠는가.
한국당은 인적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번 선거에서 참패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 전 대표도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인적 청산 못한 게 가장 후회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미 한국당호(號)는 물속에 가라 앉은 배와 같다. 이를 모른다면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 심판이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
당은 생즉사 사즉생(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다)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중진 의원을 포함해 몇몇 의원들이 탈당과 차기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어디 그 정도로 수습될 상황이던가.
전 의원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술대에 올라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당은 끝까지 외면 받는 정당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신아일보] 이동희 기자 nice@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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