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큰 별 김종필 전 국무총리 별세… 3金 트로이카 모두 역사속으로
현대사 큰 별 김종필 전 국무총리 별세… 3金 트로이카 모두 역사속으로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6.2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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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2세… 빈소 서울아산병원장례식장·발인은 27일
1988년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만난 3김. 왼쪽부터 당시 김종필 공화당 총재, 김영삼 민주당 총재, 김대중 평민당 총재.
1988년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만난 3김. 왼쪽부터 당시 김종필 공화당 총재, 김영삼 민주당 총재, 김대중 평민당 총재.

3金(김)시대의 주역이자 '풍운의 정치가', '영원한 2인자'등 수식어로 불려온 김종필(JP) 전 국무 총리가 23일 오전 92세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중구 신당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인한 병세가 악화돼 119에 의해 순천향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병원에 도착 당시 이미 숨을 거둔 것으로 병원 측이 설명했다.

김 전 총리 측근은 "특별한 병환은 없었으나 한 달 전쯤부터 기력이 떨어졌었다"면서 "가족장으로 조촐하게 하고 조화나 조의금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의 빈소는 평소 진료를 받았던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5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발인은 27일이고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가 묻혀 있는 가족묘원에 안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가 별세하면서 3김 정치의 주역이었던 김영삼·김대중·김종필 트로이카가 모두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며 무대를 퇴장했다.

1971년 4월 13일 춘천 유세장에서 육영수 여사에게 간이 고깔모를 씌워주는 김종필.
1971년 4월 13일 춘천 유세장에서 육영수 여사에게 간이 고깔모를 씌워주는 김종필.

김 전 총리는 1926년 충남 부여에서 출생해 공주중·고등학교와 서울대 사범대, 육군사관학교를 8기로 졸업했다. 육사 재직 당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만나 박 전 대통령의 소개로 배우자였던 박영옥 여사를 만나 1951년 결혼했다.

1961년 처삼촌이 된 박 전 대통령의 5·16 쿠테타에 가담하면서 현대 정치사에 등장했으며 같은 해 중앙정보부 창설 및 초대부장에 취임했다.

이 후 1963년 공화당 창당을 주도하며 그해 치러진 6대 총선에서 당선된 뒤 7·8·9·10·13·14·15·16대를 거치면서 9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공화당 창당 과정에서 증권파동 등 이른바 '4대 의혹사건'에 휘말리면서 1963년 2월 첫 외유를 떠난데 이어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의 주역으로서 핵심쟁점이던 대일 청구권 문제와 관련된 '김종필·오히라 메모' 파동으로 6·3사태가 일어나자 1964년 또다시 2차 외유길에 오르는 등 곡절을 겪었다.

고 김종필 전 총리가 1971년 당시 박정희 공화당 총재(오른쪽)로부터 부총재 임명장을 받는 모습.
고 김종필 전 총리가 1971년 당시 박정희 공화당 총재(오른쪽)로부터 부총재 임명장을 받는 모습.

또한 1971년부터 1975년까지 국무총리를 지내며 승승장구 하는 듯 했으나 1980년 신군부의 등장과 함께 '권력형 부정축재자 1호'로 몰리는 등 수난의 시절을 보냈다.

김 전 총리는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가 유랑생활을 하다 1986년 귀국한 뒤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하고 1987년 13대 대선에 출마해다가 낙선했다. 그러나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에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35석의 국회의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해 마치 오뚝이처럼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이어 내각제를 고리로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YS) 당시 대선 후보를 지원했으며, 1997년 대선에선 자신이 창당한 자유민주연합 후보로 다시 대권에 도전했으나 선거 막바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성사시키며 김대중(DJ)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첫 수평적 정권교체와 함께 국민회의·자민련 공동정권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내각제 파동과 16대 총선 과정에서 발생한 공동정권 수장 사이의 갈등은 결국 통일부 장관 해임안 가결 및 공조 파기로 이어졌으며 이후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재기를 노렸으나 실패로 돌아가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김 전 총리가 풍운의 정치인, 영원한 2인자, 경륜의 정치인, 처세의 달인, 로맨티스트 정치인 등 그에 따라붙는 여러 별칭으로 불리는 것처럼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리며 한국 현대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겼다.

김종필 전 총리가 지난 4월 18일 신당동 자택에서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를 만날 때 모습.
김종필 전 총리가 지난 4월 18일 신당동 자택에서 자유한국당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를 만날 때 모습.

[신아일보] 이서준 기자 lsj@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