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주파수 경매가 끝나면서 ‘5세대 이동통신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통3사가 참여한 가운데 2일간 10라운드에 걸쳐 진행된 이번 경매에서 SK텔레콤은 3.6~3.7GHz와 28.1~28.9GHz를, KT는 3.5~3.6GHz와 26.5~27.3GHz를, LG유플러스는 3.42~3.5GHz와 27.3~28.1GHz를 각각 낙찰받았다. 낙찰가는 3.5GHz에서 SK텔레콤 1조2185억원, KT 9680억원 LG유플러스 8095억원이고 28GHz에서는 SK텔레콤 2073억원, KT 2078억원 LG유플러스 2072억원이다. 총 금액이 3조6183억원에 달한다.
무선통신의 경우 주파수의 폭이 속도와 품질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파수 대역이 낮을수록 멀리 가 기지국을 덜 세워도 된다. 3.5GHz에 비해 28GHz는 폭은 넓지만 투자비가 많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28GHz 대역은 아직 무선통신에 활용된 예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 경매에서 3.5GHz가 높은 가격에 팔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에 낙찰 받은 주파수는 오는 12월1일부터 사용할 수 있고 사용기한은 3.5GHz의 경우 10년, 28GHz는 5년이다. 5G 서비스는 오는 2019년 3월 상용화될 예정이다. 정부가 이미 내년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선언한 만큼 이동통신사들의 5G 서비스 구축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세계 최초의 5G 서비스를 ‘최초로 상용화 회사’라는 상징성이 큰 만큼 이통3사들의 속도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5G를 준비하고 있는 이통3사에는 통신 장비 선정이 최대 현안이다. 12월부터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지만 통신 장비와 네트워크 설치 등을 마쳐야 비로소 5G 주파수를 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지국과 통신 장비 구축 등을 설사 마쳤더라도 사용자들이 5G 서비스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5G가 가능한 스마트폰이 있어야만 제대로 된 5G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3월 5G 스마트폰 출시 여부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정부와는 달리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폰 칩셋 등 핵심부품들의 개발이 뒤따라야 하는데 내년 3월이라는 정부의 시간표를 맞추기에는 빠듯하다는 것이다.
결국 내년 3월 5G 서비스가 개시되더라도 실질적인 5G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정부가 전국망 서비스를 2022년께로 잡은 것도 이런 배경이다. 5G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다. 현재 사용 중인 4G 이동통신인 LTE 보다 적게는 20배, 많게는 40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초에 700MB 영화를 약 3편 전송할 수 있는 속도라고 한다. 하지만 5G의 가장 큰 특징이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어필되려면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다시 한 번 ‘IT 코리아’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사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수익모델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전파사용료와 시설비용을 들인 만큼 자칫 이동통신업계의 ‘총체적 부실’을 불러올 수도 있다. 속도를 내세운 5G 전쟁에서 오히려 속도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승자가 되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4G와는 확연히 달라진 변화를 체감할 수 있고 그 유용성을 인정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서비스가 뒷받침될 때에만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다. 2G와 3G 시대를 지나오면서 이미 학습한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4G와는 차별화된 속도와 콘텐츠를 제공할 때만 5G가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5G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VR, AR, IoT, 자율주행 등도 비로소 가능해진다.
정부도 이통3사의 공격적인 5G 투자가 가능하도록 주파수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 등 1조원에 달하는 준조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거의 편입되는 세금 성격의 돈을 물리며 통신비 인하만 요구하는 것은 모순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