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을 피해 자국을 떠난 외국인들이 제주도에 몰려들었다. 제주도에선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949명의 외국인이 난민 지위 신청을 했다. 지난해 312명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올해 난민 신청자 중엔 예멘인이 특히 많았다. 지난주까지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은 총 561명. 이 가운데 549명이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예멘 난민 신청자는 42명에 불과했다. 난민들이 유독 제주에만 몰린 것은 지난 1일부터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해져서다.
제주시는 부랴부랴 ‘무사증 입국 허가국’에서 예멘을 제외했다. 하지만 이미 입국한 외국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는 일단 제주에 체류 중인 난민 신청자에 대해 공동으로 인도주의적 차원의 대응과 도민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정부도 거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와 관련 현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난민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돼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풀지 못한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기도 하다.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은 아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봐야 소용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난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각보다 따뜻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에 난민불허를 요구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는데 20만명이 넘는 참여자가 찬성표를 던졌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예멘 난민 수용을 ‘반대한다’는 응답은 49.1%로 나타났다. 찬성은 39%에 불과했다.
난민과 불법 이민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범죄율 증가가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트위터에서 “독일에서 이주민을 수용한 후 범죄율이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난민과 불법 이민자가 늘어날수록 지역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이는 결국 지역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다. 고용시장에서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들이 안착하기 위해선 노동을 해야 하는데 이러한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다보니 소통이 어렵고 때에 따라선 종교적 편견에 따른 이질감을 느끼는 것도 이들을 배척하는 요소로 꼽힐 수 있겠다.
난민 수용 문제를 놓고 주요 국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불법 이민자의 자녀를 부모와 떨어뜨리는 ‘무관용 정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 인권을 수호하는 미국의 이미지가 퇴색될 상황에 놓였다. 유럽은 분열 위기에 놓였다. 이탈리아를 필두로 난민에게 비우호적인 우파성향 정당이 각국 집권당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독일과 프랑스도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난민과 불법 이민자는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간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과 실향민 수는 685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 6560만명보다 300만명 가까이 늘었고, 10년 전 4270만명과 비교하면 50% 증가한 규모다. 이제 정부는 우리 국민이 만족할, 혹은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대안을 제시한다. 다만 해법이 나오기 전에 우리나라가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6.25 전쟁 시절 많은 한국인들도 불법 이민자였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