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20일 오전 국회서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어 노동시간을 주 최대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 대해 올해 말까지 6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연착륙 할 수 있도록 계도기간을 요청한 것에 대해 당정청이 화답한 것이다.
경총은 지난 18일 고용노동부에 ‘근로시간 단축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관련 경영계 건의문’을 전달했다. 경총은 건의문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이 현장의 노력과 연말과 연초에 이뤄지는 신규채용의 특성을 감안해 단속과 처벌보다는 6개월의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경총은 건의사항과 함께 근로시간 단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영계는 기업들이 개정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를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이 신규채용으로 이어지도록 전국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근로시간 단축은 지난 2월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7월1일 시행만 남겨두고 있었다. 경영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컸지만 세계에서 가장 긴 근로시간으로 노동자의 일과 삶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해마다 과로로 숨지는 노동자의 수가 300명이 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문제를 해결하게 될 근로시간 단축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의 획기적 향상과 기업의 노동유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경쟁력 하락은 물론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는 위험도 동시에 존재한다.
OECD 최고수준의 근로시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달러로 OECD 평균인 47달러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근로시간 단축이 절대적인 근무시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과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진국 대비 현저하게 떨어지는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국민의 휴식권을 보장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저녁은 있으나 여유가 없는 상황은 국민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을 것이다. 근로시잔 단축이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의 현장안착을 위해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에 신규채용 인건비와 재직자 임금보전 비용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한시적인 재정지원 확대로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 6개월 계도기간 결정으로 짧은 준비기간에 대한 부담은 일시적으로 덜었다. 하지만 6개월의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특히 50~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되는 2020년까지의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기간 동안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개선, 비효율적인 근로관행 개선 등 현장에서의 변화와 혁신은 필수다. 기업, 노동자,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노동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와 혁신적 방안을 반드시 찾아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