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과 삶 균형 앞 '노사 균형 위기'
[기자수첩] 일과 삶 균형 앞 '노사 균형 위기'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6.2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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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당장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던 시대가 가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보려는 사회적 노력이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 산업을 발전시켜왔던 원동력 중 하나를 내려 놓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개중에서도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큰 산업 분야는 지금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버겁기만 하다.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뾰족한 답을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일하는 시간을 줄인다는 것이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건설업은 이 같은 고민에 휩싸인 대표적 분야다. 사람 의존도가 클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일하는 시간이 고무줄과도 같은 업계 특성상 주당 52시간으로 제한되는 새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업계 전반의 시스템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실 건설업계에서는 기존 주당 근로시간 제한선인 68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 했다. 공사기간 단축이 곧 경쟁력이고, 인건비를 아끼는 것이 수익창출의 중요한 수단이었던 만큼 최소 인력으로 최대 효과를 뽑아내는데 특화된 것이 우리 건설업이었다.

해외현장에 파견된 건설근로자들 사이에서는 한 달에 한 번을 겨우 쉬었다는 얘기까지 나왔고, 국내 건설현장에서도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하는 건설업계의 고민이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일부 건설사들은 바뀐 제도 시행 전에 주 52시간을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서는 이렇다 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근로시간 단축을 바라보는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입장차다. 사측은 1인당 근로시간을 줄이면서도 비용증가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반면, 노동자들은 근로시간이 줄더라도 급여가 적어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적절한 접점을 찾지 못하면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가 자칫 노사갈등으로 변질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노동자에게 적절한 휴식을 부여하고, 건강한 삶을 선물한다는 취지에서 공감한다. 이는 곧 우리 산업에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도 있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현실이 이상을 온전히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러 가는 과정에서 노사관계 등 다른 중요한 균형들이 깨지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