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암운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한때 봉합되는 듯 보였던 G2간 무역전쟁은 지난 15일 미국이 500억달러(한화 5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 1102개 품목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 강행을 발표하면서 다시 촉발됐다. 중국은 바로 다음날인 16일 같은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 등에 역시 같은 비율인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관세폭탄에 똑같은 규모와 비율의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중국이 만일 예고한 대로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매기면 이보다 4배 많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하며 한 발짝 더 나갔다.
미국과 중국이 극단적인 으름장을 주고받다가 결국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한 뒤 언제 그랬냐는 듯 관세 부과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내달 6일 점진적으로 부과하는 새 관세 시행 전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보복관세에 대한 경고를 한 점도 오히려 파국만은 피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상대를 최대한 압박해 최대의 이득을 취한 뒤 막판 극적인 타협을 이뤄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제사회, 그 가운데서도 경제 문제이기에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한국경제다. 우리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높고 특히 중국을 우회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간재가 대중(對中) 수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구조 탓에 중국의 대미 수출 타격은 곧 한국의 수출 둔화를 불러와 우리경제에 연쇄적인 피해를 입히는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수입이 10% 줄면 한국의 대중 수출이 연간 282억6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더군다나 현재로서는 무역전쟁이 어디까지 확전될지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답답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여기에 무역전쟁의 당사국이 아니기에 운신의 폭도 좁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철강, 세탁기 등에 대한 고율 관세로 수출에 타격을 입은 우리경제에는 이번 무역전쟁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각종 수출 관련 지표도 심상치 않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을 제외하고는 수출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하며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ICT 부문 수출은 전년 대비 10.9% 증가하는 등 1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비(非) ICT 부문은 2월부터 계속 감소하는 상황이다. 전체 수출 증가율도 1월 22.3%, 2월 3.3%, 3월 6.0%, 4월 –1.5%로 둔화하고 있어 자칫 반도체 경기가 꺾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우리경제가 순식간에 곤두박질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경제는 지금 생산과 투자, 소비가 둔화하고 고용은 감소하는 등 내부적으로 산적한 숙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 등으로 야기된 신흥국 통화위기 상황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고환율과 고유가라는 거대한 파고는 우리경제를 송두리째 흔들리게 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어쨌든 수출은 우리경제의 버팀목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까지 감안해 효율적인 대응전략을 세워야 한다. 더불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규제를 혁파해 당장 우리경제의 숨통을 터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