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사실상 경찰에 힘 실어… 수사권 조정 의지 강해
문무일 "수사 적법성도 중요해"… 연일 불편한 심기 드러내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가운데, 검찰의 반발이 거세 갈등이 우려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검경 수뇌부와의 오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비롯해 검찰·경찰 개혁 구상을 밝혔다.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수사권 조정이 지지부진하다가 최근 급물살을 탄 데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하며 문 대통령이 국정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에 더 많은 수사 자율권을 부여하고, 검찰은 사후적·보충적으로 경찰 수사를 통제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종의 사법 판단이 따르는 수사 종결을 검사가 해야된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문 총장은 오찬에 앞서 별도로 문 대통령과 독대를 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내의 분위기와 기류 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경찰은 수사에서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야 하고,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사후적·보충적으로 경찰수사를 통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경찰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문 대통령의 수사권 조정에 대한 의지만 재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임 경찰청장에 경찰 내에서 수사권 조정 전문가이자 '기획통'으로 꼽혀온 민갑룡 경찰청 자장을 내정한 것도 검경 수사권 조정과 권력기관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문 총장은 문 대통령의 독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의 동시 시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자치경찰제 입법화건과 관련 문 총장은 '법에 못 박아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며 "다만 '동시에 실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확인했다.
문 총장의 이같은 요청은 검경 수사권을 조정할 경우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반대한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문 총장은 문 대통령에게 수사권 조정 통보를 받은 직후인 15일 퇴근길에도 "국민이 문명국가의 시민으로 온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첫 출근인 18일 오전 대검찰청을 들어서면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사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수사의 적법성도 아주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수사권 조정에 대한 불만을 피력했다.
이처럼 검찰 수장이 거듭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조정안이 나오더라도 당장 검경 의견차가 봉합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김가애 기자 gakim@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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